“취중취담” - 지금, 마시러 갑니다 를 읽다 보면 얼큰하고 기분 좋게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에 아파서 한잔, 일 하면서 힘들 때
마시는 한 잔, 친구들과의 한 찬, 여행지에서의 한 잔.
세상에 사연 없는 술은 없을 터. 홍은혜 작가, 필명 홍주주는 정말
술을 사랑한다. 남자 없인 살아도 술 없이는 못 산다는 그녀의 글들은
솔직하다 못해, ‘과연 이런 걸 공개해도 되는 걸까?’싶을 만큼의
과감하고 솔직한 삶의 고백들이 전해진다.
이별에도 예의가 있거늘,
예의는 고물상에 팔아넘긴 그 빌어먹을 남자에게
불꽃 욕지거리를 하며 소주를 드링킹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필름이 뚝- 끊겼다.
- [취중취담]의 술 에피소드에는 필름이 끊긴 순간이 많다.
그러나 그 이유는 각양각색. 술에 취해 본 작가이기에
“예의는 고물상에게 팔아넘긴 그 빌어먹을 남자”라는
표현이 탄생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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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은 비가 내렸고,
후배 자취방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뛰어놀고 있었으며,
우린 사갔던 여섯 캔의 맥주를 다 마셨다.
그리고, 키스를 했다.
1년 넘게 그저 두 살 어린 동생일 뿐이었던 아이가 남자가 됐다.
술은 때로 사랑도 부른다.
우린, 그날 이후 연인이 됐다.
- 술은 때로 사랑도 부른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취중 진상 같은 추억도 많지만
아름다운 추억도 가끔 건지기에 술자리는 언제나
흥미진진한 사건의 연속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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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알랑가 모르겠는데 내가 참 모난 사람이거든.
이기적인 건 아닌데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마음속에서는 적립금 쌓아가듯이
어떤 사람한테 서운해도 절대 말을 안 해.
변명을 하자면, 내가 서운함을 드러내도
그 사람은 변하지 않을 텐데 괜한 이야기로
말하는 나도 속상하고, 듣는 사람도 상처 받는 게 싫은 거고
핵심을 콕 찍자면, 나아질 수도 있는 관계를
그저 방관하면서 내 마음이 떨어지기를...
상대방 마음이 떨어져나가기를 보고만 있는 사람인거지.
아마, 그래서 많은 친구들을 잃었을 거야.
나이가 들면 생활환경도 달라지고
생각하는 거, 만나는 사람들이 다르니까
서서히 멀어지는 친구가 많다지만, 내 경우는 전부 내 탓이다?
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거든.
마음을 열지도 않았고 다가오는 손도 뿌리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나, 참 못난 사람이다. 그치?
- 이 진솔한 고백의 대상은 다름 아닌, 술 취한 작가가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붙들고 한 주정(?)이다. 하지만, 이 안에 얼마나 깊은
철학이 담겨져 있는지, 구구절절 와 닿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취중취담]을 읽을 때 주의 해야 할 것, 하나 “울컥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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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었다.
혹시라도 부모님께 내 우는 소리가 들릴까 숨죽여서 울던 그 때.
우리 아빠는 현관 앞에서 술 취해 자고 있던 딸내미 얼굴에서
청춘의 고단함을 읽으셨던 거다.
고함쳐 혼내는 것보다 무서운 게 있다는 걸 배웠던 밤.
20대의 청춘은 그날 서럽게 울었다.
- [취중취담] 에 다양한 ‘술’이야기 속에는 가족애를 빼놓을 수 없다.
생계형 작가의 고민스러운 일상과 부모님과 나누는 대화의 솔직함.
너무 솔직하고 현실적이어서 차라리 웃프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만취되어 있어도, 부모님이 자신의 울음소리에 깨실까봐
숨죽여 우는 철 들은 딸의 술먹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게 한다.
때론 귀여워서, 또 때로는 너무 철들어서.
생계형 라디오 작가의 허세 0% 에세이, 꼬장은 기본 웃음은 옵션
맥주는 필수! [취중취담-지금, 마시러 갑니다]
지금은, 당신과 마시러 가는 중입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