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민 (shine@yes24.com)
마지막 장 <싫어싫어 유치원>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자발적으로 유치원에 가게 만든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콩콩이는 얼굴도 씻지 않고, 옷도 입지 않고, 아침 밥도 먹지 않습니다. 유치원도 싫고, 선생님도 싫고, 친구들도 싫다고 하며 계속 떼를 쓰고, 울기만 합니다. 엄마는 몸부림치는 콩콩이를 끌고 유치원에 갔지만 콩콩이는 계속해서 울었습니다. 그러자 봄봄 선생님이 '싫어싫어 유치원'을 알려주었습니다. 그곳은 이상했습니다. 아무거나 마음껏 해도 내버려 두고, 친구들과 다투어도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교실 안은 싫다고 하는 아이들로 소란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싫다고 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시키거나 타이르는 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콩콩이는 하고싶은 대로 놔두는, '싫어싫어 유치원' 보다 튤립 유치원에 가고 싶어합니다.
이렇게, 『싫어싫어 유치원』에서는 일곱 가지의 테마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보이는 행동들과 심리를 다양한 상상의 요소와 결합하여 갈등상황과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합니다. 엄마와 함께라면 3-4세의 유아에서부터, 혼자라면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정도까지 재미를 느끼면서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 이용민 (shine@yes24.com)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을 꼽아보자면, '뭐야?', '왜요?', '싫어!' 가 아닐까요? 표지에 보이는 네댓 살 정도의 발그레한 두 볼의 아이도 요즘 한창 '싫어싫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반양장의 일반 단행본 크기로 빨간 표지의 그림에서 세련미보다 푸근한 정감이 느껴집니다. 표지에서 벌써 눈치 채셨다구요? 맞습니다. 이 책은 『구리와 구라의 손님』,『구리랑 구라랑 놀자』,『구리와 구라의 헤엄치기』로 우리에게 친숙한 나카가와 리에코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앞선 번역본보다 훨씬 나중엔 2001년도에나 소개되었습니다. 앞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그림 또한 『구리와 구라의 손님』,『구리랑 구라랑 놀자』,『구리와 구라의 헤엄치기』 를 함께한 나카가와 리에코의 친동생인 야마와키 유리코의 작품입니다. 1962년 작품으로,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지요. 출간 이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일본 후생대신상, NHK 아동문학 장려상, 산케이 아동출판 문화상, 노마 아동문예상 추장작품상을 수상했고,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에서 선정한 필독도서에 포함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된 작품을 지금 소개하는 이유는 단지 화려한 수상경력 때문은 아닙니다. 이 책 한 권에는 일곱 가지의 이야기 속에 유아들이 성장하면서 느끼고 경험하게 되는 심리와 갈등, 그 해결이 골고루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1962년도 작품이다 보니, 요즘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엄마의 입을 통해 책을 읽다 보면, '이래야 한다'라는 교훈보다는 아이가 주인공 '콩콩이'가 되어 여러 상황을 간접 경험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그럼, 『싫어싫어 유치원』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요?
첫번째 장에서는 '콩콩이'가 다니는 튤립유치원과 선생님의 소개와 유치원 생활 수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튤립유치원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가는 별님반 열 여덟 명과 그보다 어린 장미반 열 두 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튤립 유치원에는 던지지 말 것, 때리지 말 것, 걸어서 넘어뜨리지 말 것 이라는 세 가지 중요한 약속이 외에도 이 닦기, 얼굴 씻기, 놀고 난 뒤에 물건 정리하기, 부르면 '예'하고 대답하기와 같은 간단한 약속이 70가지나 된답니다. 콩콩이는 가끔 약속을 잊어버려서, 벌을 받기도 합니다. 처음 유치원에 간 아이들이 여러 가지 규칙을 이해하고 따르는 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콩콩이도 처음에는 약속을 잘 잊어버렸지만, 점점 나아져서 혼나기 전에 약속을 잘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장 <고래잡이>는 아이들이 배를 만들어 고래를 잡으러 간다는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입니다. 별님반 남자 아이들은 '코끼리와 사자호'라는 배를 만들고 고래를 잡으러 가기로 합니다. 이제부터 상상의 고래잡이가 시작됩니다. 선원이 된 아이들은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서, 쇠막대에 질기고 튼튼한 줄을 묶은 다음 지렁이를 스무 마리 매달고, 고래잡을 준비를 단단히 합니다. 드디어 고래가 나타나자, 모두 힘을 다해 막대를 끌어 당겼고, 고래의 목에 밧줄을 매어 배 뒤쪽에 묶었습니다. 폭풍우를 헤치고 육지에 돌아오자, 튤립 유치원 아이들은 별님반 아이들과 고래에게 꽃다발을 선사합니다. 하마터면 놀이에 끼워주지 않아, 어린 콩콩이의 마음이 불편할 뻔했지만, 아이들은 함께 놀이에서 재미를 발견하고, 즐거움을 배웠습니다.
세 번째 장 <미미와 콩콩이>는 무엇이든지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콩콩이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청소를 하기 위해 쌓아놓은 책상 위를 미미가 높이 올라가려고 하자, 콩콩이가 말립니다. 그러더니 콩콩이가 미미보다 더 높이 올라가 미미를 놀리며 걸어 다녔습니다. 선생님이 혼내시려 하자 콩콩이는 미미의 핑계를 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미미가 하기 때문에 따라 했다고 대답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미가 하는 대로 콩콩이가 모두 따라 하게 된 것입니다. 미미를 따라 앞치마를 두르고 인형을 업고, 그게 싫어서 콩콩이가 미미의 머리를 때리자 콩콩이의 머리도 아프고, 미미가 울자 콩콩이도 울음이 나왔지요. 하지만, 화해를 하자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유치원 생활이 본격적으로 잘 드러나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서로 갈등을 겪기도 하고, 그 속에서 자기의 잘못을 깨우치기도 하지요.
네 번째 장 <산 속의 곰돌이>는 산에 사는 곰돌이가 유치원으로 공부를 하러 온다는 신기한 상황을 통해 새로운 친구와 사귀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어느 날 봄봄 선생님에게 산 속의 곰돌이가 유치원에 가도 되겠냐고 엽서를 보냈어요. 봄봄 선생님이 허락하자 갈색 곰돌이가 빨간 물통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장미반 아이들은 곰돌이를 모두 무서워했지만 콩콩이는 곰돌이에게 다가갔습니다. 곰돌이는 옷을 입고 있지 않아서 다른 아이들이 모두 이상하다고 수군거렸지만,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읽으면서 아이들과 친해졌어요.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서, 점차 인간 관계를 넓혀 갑니다. 처음에는 이것 저것 자기와는 다른 부분이 보여서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마음을 열자 친구가 되었습니다.
다섯 번째 장 <늑대>는 너무도 씻기 싫어하는 콩콩이가 늑대를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콩콩이는 머리가 조금 아프다고 유치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금세 집에 있기 싫어지자, 들판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다 숲 속 늑대를 만났습니다. 늑대는 통통하게 살이 찐 콩콩이를 잡아 먹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하지만 너무 더러워서 잡아먹기 힘들자, 늑대는 콩콩이를 씻겨서 잡아먹을 계획을 세웁니다. 늑대가 본색을 드러내며 잡아먹겠다고 말하자, 이를 본 유치원 아이들은 늑대에게 한꺼번에 덤벼들어 풀밭에 쓰러뜨리고, 경찰서에 신고합니다. 엄마들은 매일 씻기 싫어하는 아이와 전쟁을 하기도 합니다. 콩콩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재미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섯 번째 장 <등산하기>는 욕심이라는 주제로 혼자서 먹을 것을 욕심 내다가 큰 일을 생긴다는 이야기입니다. 별님반은 등산을 가기로 했습니다. 장미반 아이들도 약속을 잘 지키는 조건으로 함께 가기로 했지요. 등산하러 갈 산은 과일나무로 이루어진 산이었는데, 그 중 한 산은 나무의 가지와 뿌리가 뒤엉킨 곳이라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산이었어요. 그래서 이곳에는 절대로 가지 않기로 약속했지요. 콩콩이는 산을 넘을 때마다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과일을 따고, 빨리 그리고 많이 먹어버렸어요. 결국에는 배가 불러서 빨리 뛰어가야 하는 검정색 산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복숭아 산으로 모두 갔는데 말입니다. 외톨이가 된 콩콩이는 너무 조용해서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복숭아색 산쪽으로 보고 '야호!'하고 외쳤는데, 검정색산 구석에서 누군가가 대답을 하였습니다. 콩콩이는 호기심이 나서 검정색 산으로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만 굵은 가지와 가느다란 가지가 뒤엉킨 곳에 몸이 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검정색 산에 사는 '먹보'도깨비를 만나 도깨비의 도움으로 검정색 산을 빠져나왔고,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욕심을 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