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크로스피터이자 최초의 크로스핏 코치로 유명하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피트니스 모델과 마스터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맨즈헬스〉와 〈미디어스〉를 비롯해 〈에스콰이어〉 〈보그〉 〈슈어〉 등에서 피트니스 전문 작가로 운동 칼럼을 연재했다. 초등학생 이후로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고 열정은커녕 의지박약이던 김민하 기자의 전담 코치를 맡아서 ‘육체개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운동 지도뿐만 아니라 건강 다이어트, 긍정 마인드 컨트롤 등을 전수하면서, 하루하루 지방이 줄고 근육이 붙는 김민하 기자를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현재 ‘크로스핏최강’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림 : 똥똥배
웹툰으로 〈임금체불 시뮬레이션〉 〈똥똥배의 세계일주〉 〈똥똥배의 운전면허 따는 만화〉 〈과거를 바꾸자〉 〈후원자〉를 연재했다. 출판 만화 《거꾸로 늘보 쌤의 수상한 교실》 스토리를 담당하기도 했다.모바일 게임 〈대출산왕국〉에 이어서 〈대출산부족〉을 제작하던 중, 제작비가 떨어져 《돼지의 왕》의 만화를 맡고 말았다.
생계를 이어나가면서 비만 인생은 계속되었다. 같은 무리의 인간들은 술을 마시며 날밤을 새워 말싸움하는 것을 즐겼다. 노숙은 기본이고 언제라도 하루쯤은 밤을 샐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20대를 보내니 누가 봐도 ‘돼지’일수밖에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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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들은 폼롤러로 내 몸을 붙잡고 이곳저곳을 누르기 시작했다. 다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처절한 고통 속에서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영 좋지 않은 곳에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김완이 어깨를 누르자 곧 다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쪽이 아니야! 오른쪽, 오른쪽이라고! 그래 넌 평생 내 거기만 긁다 죽을 놈이다!” “당신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김완이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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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정확한 자세의 감을 잡기 위해 나무막대기로 연습을 해본 다음에 본격적으로 15파운드, 즉 7kg 바벨을 들어봤다. 코치는 오늘 참석한 사람 중에서 클린 동작에 익숙치 않은 사람 8명을 골라내 한쪽 구석에서 특별훈련을 시켰다. 물론 나도 당당하게 여기에 포함되었다. 박스 구석은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이게 맞나?’ 하는 얼굴로 서로 민망한 동작을 지켜봐야 하는 부담스러운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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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시작하기 전 풀업바에 매달려 니 레이즈 동작을 3회 해보았다. 풀업바에서 내려오는 순간 겨드랑이의 바로 아래쪽 근육이 찢어질듯 아파왔다.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김완은 아직 생크림이 군데군데 묻은 얼굴로 “어떻게 그냥 매달린 것만으로도 저렇게 아파할 수가 있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신은 101kg 돼지새끼가 아니니 이 고통을 모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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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차부터 내 숨소리는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 같았다. 코치는 계기판을 보더니 “조금만 더 하면 돼요! 잘하고 있어요!”라면서 독려하는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나를 진심으로 독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야가 흐려졌지만 끝까지 로잉머신의 손잡이를 당기고 또 당겼다. 100m를 남겨 놓고는 의식이 흐려질 지경이었다. 이를 악물고 1 분 56초의 기록으로 운동을 끝냈다. 코치는 박수를 치며 “좋아요!”라고 외쳤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한계를 넘는 정도로 운동을 강행해본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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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라면 나의 크로스핏 체험은 여기서 끝이 났어야 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운동을 더 해보기로 했다. 운동을 하면서 고난을 이겨내고 결승점에 이르렀을 때 느꼈던 쾌감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었다. 몸무게는 줄지 않았다. 미친 듯이 했던 운동이 모두 헛된 일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았다.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평소에 불룩 나왔던 배가 들어갔다. 둘째, 펜을 더 잘 주울 수 있는 몸이 됐다. 셋째, 101kg의 거구가 두 달 동안 크로스핏을 하면서 어디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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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박스에 도착해보니 B단계의 어떤 여성이 아직 풀업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막 들어온 날 발견한 코치가 옆에서 “풀업보다 링로우가 쉬우니 빨리하면 꼴찌를 면할 수 있어요!”라고 격려했다. 나는 엄청난 속도로 링로우 25회를 끝냈다. 꼴찌를 면했다! 그 여성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이지 꼴찌는 하기 싫었다. 이미 꼴찌를 한 적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식적 꼴찌를 기록할 순 없었다. 힐끔 그 여성을 보니 풀업을 끝내고 약간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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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인 나는 크로스핏으로 몸짱이 되었을까? 마지막 장까지 읽어준 독자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돼지는 4개월간 겨우 4kg을 감량했다. 언뜻 들으면 크게 웃을 이야기다. 하지만 그 4개월이 시간낭비였던 건 결코 아니다. 사람들이 “체형이 달라졌다”고 언급할 만큼 배가 들어가고 팔과 다리에 근육이 나왔다. 나는 한때 101kg에 모든 운동에서 평생 “잘한다”는 말을 들은 역사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나도 건강해졌다. 신체조건이 좀 더 정상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나만큼만 노력해도 분명히 더욱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지난 시간 동안 굴하지 않고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왔다. 희망과 절망 모두 맛보며 건강해졌다. 97kg의 몸뚱이지만 모든 건강한 돼지들의 왕으로서 자신 있게 당신에게 운동을 권유한다. 3, 2, 1,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