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 비결은 요행이나 횡재를 가르치진 않는다. 안 될 때에는 준비를 철저히 하며 때를 기다리고, 잘 될 때에는 보름달도 언젠가는 기우는 이치를 깨달아 겸허하게 살라는 식으로 인내와 중용과 슬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토정이 참으로 몸을 바쳐 풀려고 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한민족의 기를 고르게 잡는 것이었다. 끊임없는 외세의 침입과 내분으로 한민족이 겪는 고통의 수레바퀴를 멈추기 위해 그는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이 문제를 놓고 그와 화담, 율곡, 그리고 은둔 역학자가 벌이는 대토론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실감나게 다가온다.
--- 머리말
안 진사의 이름은 명진. 황토재에 몇 대째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함양 안씨 집안의 종손이었다. 말이 양반이지 안 진사가 향시에서 진사가 된 것만도 집안의 커다란 경사일 만큼 벼슬길에는 올라보지도 못한 집안이었다. 그의 아버지 역시 핏줄은 어쩔수가 없었는지 향시에 몇번 응시를 했던 모양이나 생원시에 겨우 합격한 것이 고작이었다.
--- p. 44
나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를 읽는 동안 우리 나라에는 한양의 왕을 중심으로 한 정사 위에 또다른 거대한 힘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역사의 뒤에 은둔하여 국운을 걱정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도인들이 부지기수로 있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조선팔고의 역학적들이 임진왜란 수십 년 전부터 이 난을 예방하기 위해 하늘과 대결하고 목숨까지 버려가며 숨막히게 노력한 까닭은 알게 될 것이다.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