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는 없다. 난 동생에게 이렇게 말할 작정이에요. 산타는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동생은 계속 산타를 기다릴 거예요. ---p.4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지 못한 건 우리 집을 못 찾아서야. 우리 집이 땅속에 있으니까 그냥 지나쳐 버린 거라고. 반짝이 줄을 저 은행나무 가지에 걸면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저기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려고.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오빠?” “…….” 난 이때야말로 동생에게 산타는 없다는 걸 말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덜 믿고, 덜 슬퍼할 테니까요. 나에게도 누군가 그런 말을 미리 해 주었다면, 그일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남아 때때로 울고 싶을 만큼 마음이 아프지는 않을 거예요. ---p.11
이 집으로 이사 온 뒤로 먹고 싶을 걸 먹을 수 없고, 갖고 싶은 걸 다 가질 수 없었지만 그런 건 참을 만했어요. 그런데 딱 한 가지 참기 어려운 게 있어요. 우리 가족이 모두에게 잊혔다는 생각이 들 때요. 우리가 여기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햇빛을 그리워하는지, 우리가 행복한지, 또 슬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 모든 걸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거예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동생은 기분이 좋습니다. 동생은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적은 카드를 쓰고, 올해에는 산타가 우리 집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땅속이 아닌 마당에 있는 은행나무에 트리를 만들자고 오빠를 조릅니다. 하지만 오빠는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산타는 없다는 것을요. 산타를 기다리는 동생에게 어떻게 말을 해 주어야 할까요?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 동생이 너무 슬퍼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말을 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덜 믿고, 덜 슬퍼할 테니까요. 그런데 정말 산타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