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보아도 완성되어 있다. 완성되어 있다는 말은 이의가 없다는 말이다. 이의가 없을 때, 우린 그것을 예술이라고 한다. 뱁새는 새 중에서 가장 작은 새다. 덤불 속을 떼로 옮겨 다니며 산다. 비비비 하며 우는 작은 울음소리는, 그러나 숲 속에서 또렷하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잘 날아가지 않아서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앙증맞다. 뱁새를 손에 살짝 쥐어 본 적이 있다. 따듯한 온기와 콩닥거리던 새의 심장박동이 어찌 그리 선명하던지…….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내 낯이 붉어진 적이 있다. 지금도 내 손바닥을 들여다보면 그때 그 온기와 콩닥거리던 심장박동 소리가 되살아날 정도다. 우리는 뱁새를 콩새라고 불렀다. 익두의 짧은 서정시들은 뱁새같이 작고 선명한 이미지와 명증성을 가지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따사로운 생명력에 대한 찬미다. 오랜만에, 우리가 잊고 지내던 짧고 투명한 서정시의 진수를 맛보았다. 내 마음 어디선가 뱁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깨어나, 기쁘다.
김용택 (시인)
익두 형의 시는 고요하고 단아하다. 그의 시는 예전의 시들처럼 외로운 듯하면서도 공자가 말씀하신 애이불상(哀而不傷), 슬퍼도 마음 상하지 않는 관조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그의 숲길에는 초가을 햇살이 비추고, 박새와 곤줄박이와 어린 갯버들나무와 느릅나무와 강아지풀이 있다. 익두 형이 민요와 마을굿을 찾아 전라도의 황톳길과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마을을 돌아다니던 시절에 나는 그 곁에 있었다. 이제, 수십 년이 지난 오늘, 아직도 형이 뭇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익두 형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호젓하고 따스한 부뚜막에 피어오르는, 따끈한 뭇국의 그리움 앞에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서홍관 (시인,의사)
천천히 시를 읽었습니다. 형님의 산책길을 몰래 따라나선 것 같기도 하고, 형님의 쓸쓸함 옆에 잠시 앉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형님이 사랑하는 것들을 몰래 훔쳐본 것 같기도 합니다. 때로는, 박용래 선생님 곁을 함께 걷는 형님의 발소리가 들리는 것도 좋았습니다. 잠시, 편안하고 행복했습니다.
안도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