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잘못을 저지르게 된 데는 자만심이나 고집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확고한 믿음, 그리고 도박 본능 등이 작용했다. 눈에 띄게 자기중심적인 그는 금융계에서 그렇게 이름을 날리며 경제에 관한 판단이 전문가 수준이던 자신이 개인적으로 이렇게 파산하게 되리라고는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남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용기를 가지고 있으며, 신사로서의 명예감도 대단하다. 여기에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과 스파르타식 불굴의 정신이 결합되어, 그는 이런 힘든 역경속에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 p.358
골콘다(Golconda),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누구나 지나가기만 하면 부자가 되었다는 전설을 가진 인도 동남부의 도시. 이제 그 도시의 부는 말라버렸고, 그 화려하던 건물들도 모두 무너졌으며, 그 영광도 다 사라져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에 대한 전설이 흔히 그렇듯, 한때 번영을 누리던 그런 곳은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물론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월가다.
월가, 좁은 의미로는 맨하탄 남쪽에 위치한 골목길 하나의 이름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동경 및 런던의 금융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다. 골콘다와는 달리 월가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호황 뒤엔 불황이 있고 불황 뒤엔 호황이 있으니, 월가는 쇠퇴하여 길 위에 풀이 무성히 자라는 법이 결코 없다.
이 책은 인간들의 현명함이나, 박력, 독창성, 또는 신념에 대한 찬사이다. 어느 세대에나 모두 다 부자를 꿈꾸는, 돈을 못 벌면 죄악을 저지르는 것같이 느끼는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그 때가 되면 투자가들은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그토록 고통스럽게 터득했던 교훈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이번엔 그때와는 다르다는 신앙과도 같은 굳센 믿음을 갖게 된다.
경제, 경영을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 중 가장 세련된 글 솜씨를 자랑하는 이 책의 저자 존 브룩스는 역사상 가장 잘 알려진 금융가의 드라마인 1929년 미국 주식시장의 대폭락과 그 후유증을 운치있는 필치로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감각에 맞는 비유와 우화로 가득 차있다.
--- pp.7-8
거래의 본질은 어떤 걸 내주고 다른 걸 받고자 하는 데 있다. 한 손에는 상대를 유혹할 물건을 꽉 쥐고, 다른 한 손은 가지고 싶은 물건을 잡으려 뻗친다. 그 물건을 잡기 전에 절대로 쥐고 있는 걸 놓지 않으며, 그 물건을 잡는 순간 쥐고 있는 걸 놓아준다. 잘못하면 둘 다 놓칠테니까. 거래원도 거래중에 긴장을 한 채 상대방의 숫자를 쳐다본다. 거래에서 얻게 되는 심오한 즐거움은 바로 이런 태고적부터의 거래 동작이 숫자화되어 나타나는 데 있다. 오늘날까지도 인간이 원숭이와 가장 비슷한 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거래행위라고 볼 수 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