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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바다 - THE 5TH WAVE 002
eBook

무한의 바다 - THE 5TH WAVE 002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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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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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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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8.84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0.1만자, 약 6.7만 단어, A4 약 126쪽?
ISBN13 9788925581248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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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서서히 멈춰가는 시계다.
얼어붙은 바람의 손가락이 창문을 긁어대는 소리 속에서 나는 그 소리를 듣는다. 낡은 호텔의 흰 곰팡이가 핀 카펫과 썩어가는 벽지에서 그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티컵의 가슴속에서 그것을 느낀다. 쿵쿵거리며 뛰는 아이의 심장,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따뜻하게 흘러나오는, 아이가 내쉬는 호흡의 리듬, 서서히 멈춰가는 시계. --- p.15

그를 믿다니 나는 머저리였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나는 상처받고 혼자였다. 심지어 이 무시무시한 우주 속에 어쩌면 내가 마지막 남은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며 외로워했었다. 게다가 이미 한 명의 무고한 인간을 죽였다는 사실 때문에 엄청나게 상심해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 이 에번 워커는 날 죽일 수 있었음에도 내 목숨을 끊어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그래서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나는 그걸 무시했다. 더불어 그가 불가능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또 내가 마치 그에게 자기 자신보다도 더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데 역시 불가능할 정도로 집착했었다는 사실도 전혀 상처가(아니 도움인가?) 되지 않았다. 그는 날 목욕도 시켜주고 먹여주기도 하고, 또 총 쏘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내가 자신에게는 목숨을 걸어 지키고픈 마지막 남은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 그리고 나를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는 것으로 그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 p.75

현실을 받아들여, 캐시. 지금 우린 여기 있지만, 때가 되면 죽는 거야. 그게 그들이 오기 전까지는 진실이었어. 그래, 그게 변함없는 진실이었지. 그들이 죽음을 발명한 게 아니야. 죽음을 완성했을 뿐이지. 우리의 얼굴을 대체할 수 있도록 죽음에게 얼굴을 주었던 거야. 그게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것은 어느 대륙이나 대양, 또는 산, 평원, 밀림, 사막 같은 곳에 서 끝날 게 아니야. 처음 시작한 곳에서, 처음부터 그것이 있던 곳에서, 마지막 인간의 심장이 뛰는 전쟁터에서 끝나게 될 거야. --- p.193

그러고 나서 1만 분의 1초 동안 모든 것이 사라졌다. 절망, 슬픔, 분노, 고통, 배고픔. 그리고 과거의 벤 패리시가 죽은 자들 사이에서 일어섰다. 가시에 찔린 두 눈. 칼로 베인 미소. 다음 순간 그는 흐려지고, 좀비라고 불리는 새로운 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으며, 나는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이해했다. 그는 죽었다. 내 학창시절 욕망의 대상이었던 그는 나와 마찬가지로 그를 욕망하던 모든 소녀들처럼 죽었다.
“어서 여기서 나가.” 내가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만약 내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했다가는, 내가 사냥개처럼 널 죽을 때까지 추적해 다닐 거야.” --- p.208~209

여전히 내가 먹지 않은 저녁식사와 억지로 주고받은 농담과 대화 도중에 잠시 잠깐씩 이어졌던 어색한 침묵 이후에, 그리고 레이저가 나무 상자에서 체스판을 꺼내서 말들을 위치시키고 우리가 동전을 던져 수비 공격을 결정한 후에, 나는 이제 나도 혼자 수비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에게 말한다. 그러자 그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한다. 좋아, 시작하자고, 아가씨. 그가 침대 가장자리 내 옆에 걸터앉은 후, 그리고 몇 주에 걸쳐 내 안의 분노를 놓아버리는 법과 울부짖는 공허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후에, 그리고 고통과 상실감과 내가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그런 느낌 주위로 거대한 요새벽을 쌓아올린 지 몇 년 만에, 또한 아빠를 잃고 티컵을 잃고, 좀비를 잃고, 울부짖는 공허함과 아무것도 아닌 것,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잃어버린 후에, 나는 조용히 그 단어를 말한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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