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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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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저 / 제정임 | 김영사 | 2012년 07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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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7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42g | 140*210*20mm
ISBN13 9788934958710
ISBN10 8934958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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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안철수의 '생각'보다 '생각의 변화'를 주목한다
도서1팀 김성광 (comma99@yes24.com)
2012-08-08
"지금의 지지율을 온전히 믿는 것은 교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생각이 나를 지지하는 분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지율에 비해 정치적 견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출간은 분명 적절한 일이었다. 역시나 책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판단해달라는 요청에 독자들은 응답하고 있는 셈이다. 독자들이 맹렬한 속도로 사서 읽고 있는 지금, 이제 독자들의 '판단'을 기다릴 시간이다.

『안철수의 생각』은 훌륭하다.
『안철수의 생각』은 대선주자의 훌륭한 자기소개서다. 정책 실무자라면 물론 헛점을 발견하겠지만, 정책 결정권자의 비전과 가치관을 엿본다는 관점에서는 논리적 일관성과 명확한 방향성을 충분하게 보여준다. '고작 책 한 권'이라 폄하하는 시선도 있지만, 어쨌든 이제 정치적 견해가 모호하다는 식으로 비난할 근거는 사라졌다. 애매모호하게 말을 흐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세금은 더 걷어야 하고, 원전은 줄여야 하고, 한미FTA는 폐기가 아니라 재재협상이란 식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결론을 도출하진 않는다. 자신의 원칙과 논거를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단기와 장기과제를 잘 구분한다. 다루는 이슈의 범위도 넓다. '판단'해달라고 내놓을 만한 책이다.

『안철수의 생각』은 불충분하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읽어도 '지지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철수의 키워드는 '복지, 정의, 평화'다. 손학규의 키워드는 '복지, 정의, 진보적 성장'이다.('저녁이 있는 삶'은 슬로건) '진보적 성장'에는 '평화성장'의 얘기가 포함되어 있다. 문재인 역시 『사람이 먼저다』에서 복지와 평화, 정의로운 시장질서가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를 한다. 확실히 세 후보의 방향은 유사하다. 이렇게 『안철수의 생각』이 안철수 만의 생각은 아닐 때, 독자들은 '내용'만 가지고선 판단을 내리기 곤란해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슷한 얘기를 하는 손학규, 문재인보다 안철수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전혀 곤란해하지 않는다. 애초에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지지를 초과하는 문제였고, 본인도 인정하듯 기성 정당의 바깥에 있다는 사실이 '안철수 현상'의 핵심이란 뜻이다. 그래서 안철수가 유권자에게 판단을 구하며 보여주어야 할 것은 '생각'이라기 보다는 '어떻게 기성 정당과 차별점을 지켜갈 것인가'가 핵심이다.(안철수가 쉽게 민주당에 입당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는 '책'이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는 책에 없는 셈이다. 이 책이 훌륭한 책이자, 불충분한 책인 이유다.

안철수는 차별점을 지켜갈 수 있을까
안철수는 '수출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기업' 중심의 안정된 내수 경제를 꿈꾸고, 세금을 더 걷어 탄탄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갔다"며 밝혔듯 대기업은 정치권력도 함부로 할 수 없을 힘을 지니고 있고, 세금을 '폭탄'으로 여기는 국민 일반의 정서도 여전히 팽배하다. 참여정부는 탄핵역풍으로 거대 여당(열린우리당)을 꾸린 시절에도 '국가보안법' 법안 하나의 개혁에도 실패한 바 있다.

이런 현실에서 소속 정당도 없고, 변변한 원외 지지단체 하나 없는 안철수가 '시스템'을 개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보수/진보의 합의로 복지국가를 일군 스웨덴과 독일의 사례를 들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가능하다 말하지만, 스웨덴과 독일이 강력한 노조를 바탕으로 기업집단과 절충점을 마련할 수 있었단 점을 눈 감은 순진한 언급이라 할 수 있다. 힘이 없으면 '타협'도 불가능하다. 지금이야 대중의 지지가 압도적이지만, 임기 초반 양대 정당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 지지는 언제든 '무능'이란 비판으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선거 막바지에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고 입당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앞서 확인했듯 '안철수 현상'의 핵심은 기성 정당과의 차별점이다. '안철수'를 통해 '민주당'의 쇄신이 이뤄질 확률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상처없는 단일화는 아마도 힘들 것이다. 그로서는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연 차별점을 어떻게 지켜나갈까.

안철수의 '생각'보다 '생각의 변화'를 지켜보자
'기성 정당과 차별화된 존재'로서의 안철수를 판단하는 것은 이처럼 철저히 책 밖의 근거들로 이야기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안철수의 생각』을 안철수에 대한 지지/반대의 근거로 삼는 독법은 불충분하며, 안철수에게 어서 등판을 하고 국민에게 검증의 시간을 주어야 한단 얘기는 합리적인 면이 있다. '책 내용' 그대로의 정책을 지킬 수 있는가 여부도 '책 밖 행보'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책은 제한적인 판단 근거다.

하지만 『안철수의 생각』은 여전히 의미가 크다. 한 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을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의 생각이 얼마나 많은 조정을 거치게 되는지 이제 많은 독자들은 목격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물이나 정당이 변화를 이끌 것이란 생각은 환상이라 여긴다. '훌륭한 개인'도 사회구조 앞에선 역부족이고, '정당'은 선거 때를 제외한다면 표보다 기득권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의 세력관계와 여론의 변화가 명백하게 선행할 때 비로소 합당한 인물이 힘을 얻고, 정당은 움직일 것이다. 그러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한반도 갈등보다 한반도 안정, 고소득자 감세보다는 서민 복지에 힘을 싣는 세력이 성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오늘, 안철수의 생각은 '책' 그대로 진행될 수 없음이 거의 명백하다. 바로 이 부분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큰 권한'을 지닌 한 인물에게 기대를 보내는 것 보다 기득권 세력을 압박하기 위해 사회의 구석구석, 이슈 하나하나에 대한 일관된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 이것이 『안철수의 생각』이 앞으로 한국 사회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의미가 될 것이고,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분명히 이 책을 읽어 둬야 할 이유이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제정임) 아까 ‘안철수 현상’을 거론하면서 ‘구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구체제’가 어떤 의미인지 조금 부연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현재의 정당들도 구체제의 일부라고 보시는 것 같은데요.

안철수) 우리는 선진국들보다 훨씬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뤘지만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인권이나 민주화를 무시했던 산업화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화의 성과를 부정했던 민주화 논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구체제적 사고죠. 또 우리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했던 문제들, 예를 들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외면하는 태도도 구체제이고, 성장과 효율성만을 앞세워서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를 방치하는 것도 구체제이며, 청년들이 기회를 잃고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현실을 도외시하는 것도 구체제라고 할 수 있죠. 다시 말해 국민의 생각을 받들지 못하는 정당들,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정치시스템, 계층 이동이 차단된 사회구조,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 구조 등이 구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국민들이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죠. 새로운 체제는 이런 구체제를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대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과 합의’가 필요하고요. ---1부 중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에서

제정임) 공부를 못했다는 게 어느 정도였나요? 그러다 언제부터 잘하게 됐는지요.

안철수) 초등학교 내내 공부를 못했는데요, 성적표에 ‘수’, ‘우’가 별로 없었어요. 옛날 MBC에서 「성공시대」를 찍을 때 PD 분께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부산 가서 성적표를 직접 촬영해와서 TV에 방영한 일이 있어요. 그때 보니 성적표에 ‘수’가 보이긴 하더군요. 제 이름 철수예요. (웃음) 중학교 때도 전교는 둘째치고 반에서 1등 한 번 못해봤고요. 성적이 조금씩 올라 중3 때 반에서 2, 3등 했던 것 같고, 고등학교 때 조금씩 나아지더니 고3 때 반에서 1등 하고 이과 전체 1등을 처음 해봤어요. 그때만 해도 부산고등학교에서 이과 1등 하면 서울의대를 갔죠.

제정임) 전에 어떤 강연에서 ‘학교 다닐 때 반장을 한 번도 못해봤다’는 얘기를 하셨던데요.

안철수)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못했으니 반장을 시켜주지 않았고요, 중학교 때 언젠가 2학기에 선거로 반장에 당선됐어요. 그런데 1학기 때 선생님이 지명해서 반장을 했던 친구가 전교 부회장이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전교 부회장이 학급 반장을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되니 선거를 취소하자”고 하셨어요. 당시 그 친구 엄마가 아주 유명한 ‘치맛바람 엄마’였는데, 선생님이 그러시는 걸 보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꼈어요. 그때 중학생치고는 조숙하게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같은 사회의식이 강한 소설을 한창 읽을 때였는데 ‘정의롭지 못한 세상’이라고 생각했죠. 약간이요. (웃음) 고등학교 땐 공부에 집중하느라 학급 임원을 잘 맡지 않는 분위기였고요. 대학 때도 동아리회장 한번 안 해봤으니 안연구소를 세우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리더의 역할을 시작한 셈이죠. ---1부 중 「성적표에 ‘수’라고는 안철‘수’뿐」에서

제정임) 우리 국민들이 광범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복지를 통해 그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특히 어떤 현상들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안철수) 지금 우리의 심정과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통계 수치가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자살률과 출산율입니다. 자살률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생각하는데요, 불행히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 중 1위입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낮은 나라에 비해 10배나 높아요. 거의 매일 40여 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1년이면 1만 5,500여 명이 비극적 선택을 합니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각박한가를 보여주는 수치죠.
출산율이란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낳은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가 하는 기대에 따라 출산율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거의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이 낮은 나라. 한마디로 지금 가장 불행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얘기가 아닐까요?
더 구체적으로 보면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 양극화와 실업문제, 비정규직, 가계부채 등 우울한 문제들이 쌓여 있죠. 10대들은 입시위주의 경쟁 교육에 시들어가고, 20대는 너무 비싼 등록금과 취업, 진로 등으로 고민하죠. 또 30~40대는 자녀의 사교육비와 집값, 전셋값 등으로 걱정이 태산이고요. 40~50대는 자녀들의 취업 걱정과 준비가 안 된 본인들의 노후문제가 있고, 60대 이상은 생계와 건강문제 등 가족 구성원 거의 대부분이 불안한 게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고 봅니다.---2부 중 「평화 위에 세우는 공정한 복지국가」에서

제정임) 원장님은 재벌의 횡포를 지적하면서 ‘삼성동물원’, ‘LG동물원’등의 비유를 자주 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쓴 것인지요?

안철수)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의 창업도 잘 일어나지 않지만, 창업 이후의 성공률이 떨어지는데요, 그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 때문입니다.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이 사업 파트너로 잘 성장해야 바람직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은 오히려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독점계약을 맺습니다. ‘우리에게만 납품하고 다른 데는 끊어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거래 중소기업의 회계장부까지 열람하면서 단가를 후려칩니다. 중소기업은 계약에 묶여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횡포를 수용할 수밖에 없고요. 그러면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나 인재 채용의 여력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기술 개발은 꿈도 꾸기 어렵고 인력 파견업체밖에 되지 않는 것이죠.
우리나라 내수시장이 작다고 하는데 사실은 IT 분야에서는 세계 12, 13위 규모의 시장이 됩니다. 그런데도 작게 느껴지는 이유가 동물원에 갇혔기 때문이에요. 한 그룹에만 납품하기 때문에 독점에 묶여서 독일의 강소기업과 같은 ‘히든챔피언’(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으로 클 수가 없습니다.

제정임) 이런 얘기는 실제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인가요, 아니면 주위에서 목격하거나 들은 얘깁니까?

안철수) 제가 직접 피해를 당하진 않았지만 제가 많이 목격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자주 들었습니다. 저는 제 밥그릇과 연결된 얘기,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얘기는 잘 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의 이해타산과 무관할 때, 혹은 제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발언합니다. 지난 2000년 무렵 벤처 열풍이 한창일 때 “벤처기업의 90%는 망한다”고 경고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고요. 동물원 얘기도 그런 처지에 빠진 다른 기업을 대신해서 발언했던 것이죠. 물론 이런 발언 때문에 손해도 봤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공생하는 파트너의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세계적인 기업 혁신의 90%가 중소기업에서 나옵니다. 산업생태계를 통해 믿을 만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쑥쑥 성장해야 대기업들도 더욱 발전할 수 있어요.---2부 중 「삼성 동물원과 LG 동물원을 넘어」에서

제정임) ‘공교육은 죽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사교육의 위세와 영향력이 큰 게 우리 사회입니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경우도 많고요.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허리가 휩니다. 어떻게 우리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의 부담에서 부모와 아이들을 해방시킬 수 있을까요.

안철수) 교육문제는 국민들을 너무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죠. 사교육비 부담이 집값, 전셋값 같은 주거비 부담만큼 등을 휘게 만들고요. 더 중요한 문제는 지금 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면 내 아이들은 좀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계급사회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계층 이동의 희망이 우리 사회를 활기차게 만든 에너지였는데 이제는 그게 없어졌습니다. 서울 아이들 특히 강남 아이들이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부의 대물림이 교육을 통해 더욱 심해지고 있어요. 이런 닫힌 사회, 계급사회는 정의롭지 못합니다. 미래도 없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사회구조의 종속변수라 교육 자체를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크게 바뀌기 어렵습니다. 근본적인 사회구조 개혁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사회의 인센티브(incentive) 시스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대기업 사원, 변호사, 의사, 공무원 같은 직업만 안정적으로 돈을 많이 번다면 모든 대학교가 여기에 맞출 것이고, 거기에 따라 초등학교 교육까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사회의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견기업도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하고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해요. 예를 들어 공기업이나 대기업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있죠. 지방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해당 지역 할당제로 채용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또 지방 이전을 하지 않은 대기업도 지방대 출신에 채용 인원의 일정 부분을 할당하면 큰 자극제가 되겠죠. 또 창업 활성화를 통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사람들이 구태여 일류대에 목을 매지 않을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입시제도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가급적 안 바꾸고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다만 대입전형과정에 농어촌전형과 기초생활수급자 및 새터민 등 소외계층에 기회를 주기 위한 기회균등전형의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3부 중 「교육 개혁을 넘어 사회 개혁을 - 입시 경쟁 사교육과 학교폭력」에서

제정임) MBC와 KBS 등 언론사들이 공정보도 등을 요구하며 장기간 파업을 벌였고, 이 중 MBC는 파업 참가자에 대한 무더기 해고와 징계 등으로 특히 갈등이 컸습니다. 언론사들의 파업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철수) 지난 3월에 문화방송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언론은 본질적으로 진실을 얘기해야 하는 숭고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진실을 억압하려는 외부의 시도가 있어선 안 되고 있다면 차단해야 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바뀌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방법, 모두의 미래를 위해 계속 사명감을 갖고 진실을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 모두의 중요한 과제다. 이젠 한쪽으로 편중된 왜곡 보도를 하면 스스로 추락하는 것밖에 없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데요, 공공재로서 언론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편집권의 독립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뀐다고 언론의 논조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 언론자유도가 아주 낮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죠. 올해에도 세계 87위, 중하위권으로 평가받거나, 부분적 언론자유국 정도로 분류되고 있으니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비하면 아주 부끄러운 일이지요.
앞으로 공영방송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정권과 무관한 전문가를 사장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확고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시스템을 흔들 수 없게 해야 합니다. ---3부 중 「국가가 시민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코미디 - 언론사 파업 사태와 표현의 자유」에서

제정임) 때로는 대학에 들어간 뒤 전공을 바꿀까 방황하기도 하고, 졸업 뒤에 완전히 전공과 무관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죠. 진로를 변경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판단의 기준이 있을까요?
안철수) 제가 카이스트에서 가르치던 학생도 비슷한 질문을 한 일이 있어요. 3학년 학생이었는데, 전공이 자기와 맞지 않아 고민이지만 막상 관심이 있는 다른 전공은 가서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물쭈물 일 년 내내 고민만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학생에게 말했습니다.
“강물이 얼마나 세게 흐르는지 알려면 강둑에 앉아 바라만 봐선 안 된다. 양말 벗고, 신발 벗고 들어가봐야 한다. 물살의 세기는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방법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경험은 반드시 나중에 도움이 된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얘긴데요, 대학교를 중퇴하고 캠퍼스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 갑자기 예쁜 글씨체를 배우는 캘리그래피 수업에 들어갔대요.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흥미를 느껴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10년 뒤 애플 컴퓨터를 창업하고 매킨토시를 만들 때, 그때 배운 실력으로 최초의 컴퓨터 폰트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잡스는 “열심히 살다 보면 옛날에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모두 연결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그게 영어 표현으로 ‘connected dot(연결된 점)’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자신의 선택에 믿음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떤 경험이라도, 혹시 실패하더라도 열심히 했다면 반드시 얻는 게 있다고요. 한번 시도해봐서 내 적성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더라도 나중에 다른 선택을 할 때 틀림없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생각만 하고 있지 말고 도전해야죠.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데 잘 맞을지 확신할 수 없다면 좀 더 노력해서 둘 다 해보라는 거예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계속 열심히 하면서 저녁 시간, 주말 시간을 희생해서 새로운 관심 분야의 공부를 더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분야만큼 실력이 쌓이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돼요. 미지의 세계로, 전혀 모르는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 두 가지 가운데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죠. 주위에서 볼 때는 과감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겠지만요. 그래서 도전은 무서운 것이 아니에요. 단지 힘들 뿐이죠. 고달프게 힘들게 살 자신이 있으면 그 사람은 도전할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맺는 글 : 미래의 주인공들에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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