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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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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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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23.83MB ?
ISBN13 9788932027432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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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자신이 아련한 고향의 숲도, 평온한 여행지의 숲도 그리워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장소는 이 서재가 있는, 이 마당이 있는, 바로 이 집이었다. 그리움이나 향수, 동경 같은 것이 딱히 중요한 일로 작용조차 하지 않는 곳. 확고한 자신의 자리, 명백한 자신의 세계. 아들이 있고, 아내가 있고, 책과 원고지와 만년필이 있는, 바로 이 집.
----「아버지는 어느 날 …… 오에 겐자부로」중에서

결코 깨뜨릴 수 없는 거울, 그저 흐르는 거울, 파괴된 인간을 홀로 남겨두고 쉼 없이 흘러가는 이상한 물거울. 시인은 생각했다. 나는 파괴된 인간이다. 살아 돌아간다 해도, 나는 이미 파괴된 인간이다. 귓가를 간질이는 시냇물 소리처럼 작게나마 중얼거렸는지도 몰랐다.
----「시인은 어느 날 …… 김수영」중에서

“아버지와도 형들과도 언젠가 헤어져야 해. 그래야 너만의 음악으로 갈 수 있어. 너만의 음악,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다. 네 자신이 그걸 원한다는 걸 너 스스로 깨닫게 될 테니까.”
너만의 음악으로 갈 수 있어. 너만의 음악, 너만의 음악. 소년은 침대에 누운 채로 어두운 천장을 향해 아주 조그만 소리로 속삭여보았다. 나만의 음악, 나만의 음악, 나만의 음악.
----「소년은 어느 날 …… 마이클 잭슨」중에서

모두가 고향을 잃었다. 전쟁 동안 학살당한 6백만 명의 유대인이 고향을 잃었다. 실제 태어나 살온 고향은 물론 그 모든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 유형무형의 고향까지. 기적처럼 살아남은 유대인도 고향을 잃었다. 고향을 잃은 대가로 살아남은 건지도 몰랐다. 172364의 주장처럼 유대인에게 있어 고향 상실이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귀환도 복원도 대체도 불가능한 완전무결한 상실이었다. 지독한 향수, 무서운 환멸, 자기 연민 그리고 자기 파괴라는 부조리한 수순.
----「174517은 어느 날 …… 프리모 레비」중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토록 많은 꽃을 심은 것은 아니었다. 수십 년 뒤의 베스트셀러를 노리고 19세기식 전원생활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노파는 자신의 삶의 방식이 옳다고 말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그처럼 살 것을 권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은 그저 좋아서였고, 그저 즐거워서였다. 노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즐겁게 살기 위해 기울여야 하는 노력과 치러야 하는 대가가 만만치 않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노파는 어느 날 …… 타샤 튜더」중에서

세계적인 유명 여배우가 유리관 속 침대에 들어가 하루 일곱 시간씩 잠을 자는 ‘작품’. 작품 전시에 대한 미술관 측의 사전 공지는 없었다. 보도 자료도 배포되지 않았고, 언론의 소개도 없었다. 며칠 새 전시 소식이 알려지며 관람객과 기자들이 미술관으로 몰려들었다.
----「배우는 어느 날 …… 틸다 스윈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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