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서울 출생,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하여 초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어린이용 모험소설 〈꾸러기 삼총사〉를 저작하였다. 2010년 단편 〈칼송곳〉으로 12회 여수 해양문학상 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고, 현재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단편 〈포인트〉, 〈프레첼 독사〉, 〈오를라〉, 〈클루 게임〉, 〈철다방〉, 〈보화도〉, 〈크리스마스의 왕〉, 〈금남의 구역〉 등을 발표하였으며, 2013년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최우수 단편에 수여하는 황금펜상을 수상하였다.
조선 중앙군이 온다는 말에 이들은 흠칫했지만 곧 그 숫자를 보고받고는 안심했다. 적이 오려면 험하고 수풀이 우거진 계곡을 지나야 하는데 이들이 미리 그곳을 확보해 뒀으니 이길 확률이 높다. 이쪽 편이 이긴다면 이번엔 사기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진다고 해도 그곳에 적군 대비용 함정과 덫을 수없이 깔아 뒀으니 여차하면 피할 시간도 충분하다. 시간만 벌면 제2의 본거지로 옮길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너무도 끔찍한 일을 하고 있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수단이 정당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네. 그동안 세력을 모은다고 얼마나 많은 이들을 살육하고 약탈하였나? 이런 식으로 가면 명분도 민심도 없네. 그리고 지금 조선 임금은 누구보다도 민심을 얻고 있네.” “민심을 얻으면 뭐 하나, 명분이 없는데. 그건 그렇고, 그래서 배신을 했다고? 그래, 너와 그 승려 놈뿐만 아니라, 또 있겠지? 그 박화공이라는 놈과 상인, 그리고 또 있나? 하지만 소용없다. 내 아들은 빠져나갔다. 그 아이가 원수를 갚아 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못한 일도 완수할 것이다!”
“역모? 그가 조선인이라면 분명히 역모겠지. 그도 문제지만, 최근 귀화 야인들이 많이 있잖은가. 내시귀가 그런 이들을 포섭하여 조선 소식을 야인들에게 알려준다는 말도 있고 하네. 자네 상단에도 야인 출신 일꾼들이 꽤 되는 것 같다고 들었는데”
그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맹식, 아니, 전균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김석균의 상단에 일꾼으로 위장 취업하였다. 이미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전투로 인하여 야인들의 침략은 줄었지만 밀수는 오히려 늘고 있고 야인들의 움직임 또한 심상찮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도 큰 문제는 야인들과 내통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용의자 중 하나는 바로 의주의 거상 김석균이었다. 그러나 그는 궁궐에까지 모피와 철 등을 대는 인물이라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으며, 그가 뇌물을 바친 궁궐의 대신도 꽤 된다는 소문이 있었기에 임금은 그를 은밀히 조사하기로 하였다. 임금의 직접적인 명령을 전달하는 일을 위해 북방 전장까지 내시들이 파견되는 일도 있었는데, 그 때문에 파견된 이가 바로 내시인 전균이었다. 그는 이미 정2품의 동판내시부사에 있었지만, 임금이 매우 은밀히 파견하였기 때문에 일꾼으로 일까지 하며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