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는 애완동물을 키우게 해 주는 엄마야.”
강아지를 기르고 싶은 한별이는 애완동물이라면 고개부터 내젓는 엄마가 미웠어요. 한별이 친구들은 다 강아지가 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한별이의 계속된 칭얼거림에 엄마가 항복했지요. 비록 강아지는 안 된다고, 뭐든지 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긴 했지만요. 한껏 신이 난 한별이는 고민 끝에 거북을 키우기로 결정했어요.
드디어 ‘거북 아빠’가 된 한별이! ‘꼬붕이’, ‘꼬순이’ 라는 이름도 지어 줬어요. 수조에 물을 채워 거북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한별이는 너무나 기뻤지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꼬순이가 많이 이상했어요. 한곳만 멀뚱히 바라보며, 먹이를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딱딱할 줄로만 알았던 등도 말랑말랑.
“어떻게 하지? 밥도 안 먹지, 등도 이상하지…….”
한별이는 갑자기 ‘죽음’이 떠오르기도 하고, 걱정이 커졌어요.
이런 한별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있었어요. 식사 중에는 르네 마그리트라는 화가 얘기만 잔뜩 늘어놓았고요. 뭐, 영혼의 자유로움을 느낀다나요?
한별이는 강아지를 키우는 동현이가 놀러온 날, 자기가 거북 아빠라며 자랑스러워했어요.
“내가 먹이도 주고 청소도 해 주고, 뭐든지 다 해주니까 아빠지.”
그런데 솔직히 엄마가 다 해 주는 동현이가 부럽기도 했지요.
봄을 맞아 한별이는 용돈으로 수조 안을 새롭게 단장했어요. 그런데 냄새난다는 엄마의 꾸중 소리에 억울해서 눈물이 났어요.
“내가 어떻게 뭐든지 알아서 다 해? 난 아직 어린데…….”
이후로 한별이는 하루하루가 더욱 힘들었어요. 모처럼 엄마가 집에 있어서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데도 엄마는 자기 할 일만 하고, 한별이 얘기에는 관심도 주지 않았어요.
‘우리 엄마가 아냐! 이상해, 이상해졌어!’
그러다가 작은 코끼리 상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짜증이 날 때마다 기분을 적으라고 엄마가 만들어 준 것인데, 한별이는 지금 마음을 마구 적었어요.
나 지금 짜증나! 엄청 많이! 엄마, 엄마 때문이야. 엄마랑 있고 싶은데 엄마가 없어서 짜증나!
엄마의 전시회 날. 늘 보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곱게 차려 입은 옷과 환한 얼굴에 한별이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지요. 엄마 작품을 보고 나오는데 엄마가 그리다 만 그림을 가져다 놓으라며 아빠에게 건넸어요.
한별이는 그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바로 꼬순이였거든요. 그것도 날개가 달린…….
“엄마 생각이지만 꼬순이가 날고 싶어서 한곳만 쳐다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거북에게는 전혀 관심도 없을 줄 알았던 엄마가 꼬순이 생각을 했을 줄이야……. 한별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는 그동안의 섭섭함이 확 줄어드는 것 같았어요. 또 엄마가 앞으로도 그림 그리는 일을 계속한다고 했지만 한별이는 이제 자신이 생겼어요.
그러고는 코끼리 상자를 뜯어 쪽지를 읽어 보았어요. 모든 불만은 다 ‘엄마 탓’이었어요. 다시 읽어 보니 전혀 짜증 낼 일들도 아니었고요. 그러고는 엄마 말처럼 ‘키만 자란 게 아니라 마음도 자랐다’고 생각했어요.
한별이는 날고 있는 꼬순이 그림을 생각하며 엄마가 자기 마음을 알고 있고,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그동안 혼자 해냈던 힘든 일들도 아주 달콤하게만 느껴졌답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