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 참말이제? 정말로 자수한다꼬 했제?”
‘자수’라는 말을 듣자마자 직원들은 입을 벌린 채 얼어붙고 말았다. 탈주범의 마음을 하나님이 움직여 보름 안에 제 발로 오도록 기도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라 여겼는데, 과연 약속한 15일째에 탈주범으로부터 자수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왔으니 실로 경악 그 자체였다. --- p.27
드디어 고사 당일 아침. 정문 가까운 자리에 활짝 웃는 돼지머리 얹힌 고사상이 걸판지게 차려졌고, 많은 직원들이 늘어선 가운데 근엄하게 제복을 입은 소장이 맨 앞에 서서 고사의 축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유~ 세차~~ 모년 모월 모시….” 바로 그 순간, 맞은 편 정문 쪽에서 천둥 같은 음성이 불을 뿜었다. --- p.38
‘아이고, 목사님… 우째 그리 매정할 수 있심니꺼? 금식 중인 사람들에게 홍시를 따게 하시곤 기도 응답이라니요!’ 그런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하신 듯 원장님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셨다. “그래요? 나 올해 일흔셋인데 나도 금식기도 중이라오. 40일을 작정했는데 오늘이 열엿새 째로구만…. 집사님들, 돌아가시거든 더 열심히 기도하시우.”
...
16일째 금식하던 그분은 감을 깎으면서도 호수 같은 초연함을 보이셨는데, 겨우 3일째인 우리 젊은 사람들은 땅에 떨어지는 홍시 하나에 온갖 유혹을 받으며 경망스러웠던 영혼의 얕은 깊이에 얼굴을들 수 없었다. --- p.88
그런데 어느 날 퇴근 무렵, 누가 나를 찾아왔다. 세상에, 종문이었다! 한걸음에 달려가 면회실 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나는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참으로 요상한 꼬락서니를 본 것이다. 그 덩치가 머리를 빡빡 깎고 승복을 입고 목탁을 들고서 거의 일년 만에 중이 되어 왔다. 순간 배신감에 머리가 핑글 돌았다. 그동안 저놈 때문에 울었던 게 아깝고, 기도한 게 허무하고, 마음 졸인 게 억울했다. --- p.108
“…이 교도소에서 니도 체면과 자존심이 있는데 이렇게까지 난리를 쳐놓고 인제 와서 살려달라는 말도 못하겠고, 그냥 있다가는 계속 피가 흘러 죽을 판이고… 이걸 영어로 ‘딜레마’라 칸다. 내가 보니 니가 지금 딜레마에 빠졌다. 우짤래?” --- p.117
황금빛!
그렇다. 완벽한 황금빛이었다. 눈부신 광선들이 실타래같이 얽혀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면서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에고치처럼 감싸는 게 아닌가? 새까만 악한 것들이 떼를 지어 이 아이를 공격하다가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황금빛 회전체에 걸려드는 순간, 고속으로 돌아가는 믹서에 형체도 없이 부서지는 과일들처럼 산산조각 나버렸다.
“오… 주님, 이게 뭡니까?” --- p.141
“…예수 믿다가 죽은 사람과 안 믿다가 죽은 사람은 한눈에 척 알수 있거든. 예수 믿지 않던 사람의 시체는 보는 순간 언제나 오싹하게 한기가 드는 기라. 하나같이 눈을 부릅뜨거나 혀를 빼물거나 오만상을 쓰고 있어서 무시무시해. 근데 예수 믿던 사람들은 몹쓸 병으로 그렇게 아파하다가도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이상하게 얼굴이 환하게 펴지믄서 편안한 모습들이니 도무지 죽는 사람 같지가 않아. 한둘이 아니라 보는 족족 그러니 나도 예수 믿으면 좋은 데 간다는 걸 아니까 언젠간 믿을 끼야.” --- p.153
그러나 더 재미있는 것은, 교도소 안에서 하늘처럼 여겨지는 교도관 간부의 머리에 손 얹고 축복기도 하는 신입 죄수의 권위 있는 모습에 다른 죄수들이 충격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워메 워째… 신삥 (신입 죄수의 속칭) 이 생활지도계장 대그빡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한당께!” (전라도 죄수들) “와따매! 우예 신삥이 생활지도계장 대가리를 손으로 쌔리 눌라가꼬 마구 흔들어가며 기도를 하노?” (경상도 죄수들) “워쪄, 신입이 계장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눌러야!” (충청도 죄수들) --- p.191
지존파가 남긴 돈으로 성경을 사서 어르신께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다들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하며 크고 좋은 성경 한 권을 그에게 아무 설명 없이 전달했다. 나는 불경을 읽고 맞은편에서 그는 바로 그 성경을 읽는다. 가끔 나는 고개를 들고 그분이 읽고 있는 성경을 바라본다. 얼마나 멋진가? 가장 악한 자의 유산으로 구입한 가장 귀한 성경! 죽음의 돈으로 생명의 책을 선물 받다! --- p.200
“박철웅! 사형집행이다! 너를 데리러 왔다. 나와!”
일반적으로 사형집행을 위해 불러낼 때는 ‘면회’나 ‘상담’을 핑계로 데려 나오는데, 그는 ‘사형집행’이라는 충격발언을 내질러버렸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눈을 뜨고 정면을 바라보는 사형수의 눈빛과 마주친 순간 과장은 더욱 놀랐다. --- p.206
“여러분, 잠깐 여기를 좀 보세요.”
그녀는 천천히 양손을 드레스 속으로 집어넣어 권총 두 자루를 뽑아들고는 좌중을 내려다보았다.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나는 오늘 여기서 식구들을 다 쏘아죽이고 나도 죽으려고 작정하고 준비해왔습니다….” 가족들은 공포에 질려 사색이 되었다. --- p.247
청송감호소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소망교도소가 문을 열었다! 이토록 가슴 벅찬 성공을 거두리라고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민영소망교도소 사역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기도와 물질로 헌신한 우리 성도들이 눈물겹도록 고맙다! 한국교회가 자랑스럽다!
세상이 포기하고, 가족이 포기하고, 심지어 자신마저 자기를 포기해버린 사람들을 기어이 포기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사랑에 힘입어, 오늘도 이 소망 동산에선 어둠의 권세에 붙잡혀 살던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사람 입기를 애쓰는 수용자들이 세상을 향해 담대히 외친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17 ”
이 뜨거운 믿음의 함성은 눈에 보이는 15척 교도소의 담장뿐 아니라, 지난 세월 그들의 마음속에 더 높이 쌓아 올려진 자신의 벽을 마침내 여리고 성처럼 무너뜨리고야 말 것이다. 청송감호소와 서울구치소 사형장에서 ‘하나님이 고치지 못할 사람은 없다’로 시작된 어제의 신앙고백은 오늘 소망교도소에서 ‘하나님은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고백으로 이어진다. 하나님의 때에 세워질 더 많은 민영교도소와 기도로 준비되고 있는 민영소년원을 통해 내일 하나님은 또 어떤 고백을 이끌어내실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하나님은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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