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허상을 깨버리고,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라. 현실에 대한 자각과 직시,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제1보가 된다. 마치 금연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막연한 판단이 아닌 분명한 인식에서 전환을 맞는 것처럼 공부 역시 그런 것이다. 그리고 바둑이나 고스톱 판이 정 불리해서 역전의 기회가 없다면, 끝까지 게임을 하지 말고 판을 뒤집는 용기도 필요하다. 살짝 미칠 수 있는 용기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힐 수 있기 때문이다. --- p.18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발전은 지식의 전체를 암기할 필연성을 붕괴시켰다. 이제는 넘쳐나는 정보들을 잘 활용해 기능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 외우는 암기력이 중요한 시절은 아니다. 실제로 요즘은 대학에서 수업을 할 때에도, 관련 연도 등이 불분명할 때는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연도를 찾아보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기억의 총량이 아닌, 다양한 자료의 활용과 관련된 감각이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현대사회인 것이다. --- p.20
사실 잡념은 뿌리가 깊지 못하고 논리구조가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식에 채택되어 일관된 생각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즉 탈락한 생각들이 펼치는 레지스탕스적인 행위가 바로 잡념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어떤 잡념도 하나의 주제만으로는 1시간을 계속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 이렇게 잡념을 완전히 인정해주고 뿌리가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놀랍게도 같은 문제의 잡념이 발생하는 빈도가 현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즉 양성화를 통해서 잡념이 승화되는 것이다. --- p.31
나는 혼란을 극복하고 내면을 정리하는 해법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제시하고 싶다. 독방과 같은 단순하고 제한된 공간 속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음식만 먹으며,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일주일 정도 있어 보라. 물론 그 기간에는 책이나 TV 및 스마트폰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늘어지게 잠을 잘 수도 있지만, 며칠만 지나면 잠도 더 이상 잘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지나면, 놀랍게도 무의식이 가장 현명한 판단을 도출해내게 된다. 그 이유는 스스로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공부에 방해가 되는 혼란한 상황에 직면하면, 생활을 단순화하고 무의식을 믿어 보라. 그러면 원하는 답은 아닐지라도,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최고의 답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 p.44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과 충돌해서는 안 된다. 통일되어 협조가 잘 되는 상태에서도 뛰어난 상대를 이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내면에 또 다른 반대의 나를 상정하고 자근자근 타당성을 설명하라. 이것이 반복되면 최소한 내면의 안티는 사라지고, 더 나아가 반대의 에너지들도 긍정의 에너지로 변모하게 된다. 즉 에너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방향이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p.51
바둑에는 옆에서 구경을 하게 되면 자신의 실력보다 1급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 있다. 내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으로 전체 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하다가 손해를 보는 사람들 중에는 작게 할 때는 이익을 내다가, 점점 자신감이 생기자 크게 해서 망하는 경우가 있다. 이익과 욕심이 눈을 가려 현실 판단이 흐려진 결과이다. 즉 객관화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이 소유한 능력의 효율성이 증대한다는 말이다. --- p.79
공부에 있어서 복권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존감이 무너지면 공부는 표류하게 된다. 붓다는 불교의 비판자나 다른 종교인들보다도, 유물론자처럼 정신적인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다. 비판자나 타종교인에게는 정신적인 에너지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들을 리모델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적인 측면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 즉 백약이 무효인 상태가 연출되는 것이다. 공부에 있어서도 자존감을 놓치면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