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는 ‘독약’ 표시가 된 병에 든 것을 많이 마시면 이내 몸에 탈이 난다는 가르침을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병에는 ‘독약’ 표지가 없었다. 그래서 앨리스는 용기를 내어 조금 마셔 봤는데 맛이 아주 좋아서 (사실 그것은 체리 타르트, 커스터드 크림, 파인애플, 칠면조 구이, 태피 사탕, 버터 바란 뜨거운 토스트가 한데 섞인 맛이었다.) 금방 다 마셔 버렸다. ---p.16
고양이는 그렇게 대답했고 이번에는 아주 서서히 사라졌다. 꼬리 끝부터 사라지기 시작해서 씩 웃는 모습이 맨 마지막으로 사라졌는데, 씩 웃는 모습은 고양이의 나머지 부분이 다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 원 참! 웃음 없는 고양이는 자주 봤지만 고양이 없는 웃음이라니! 태어나서 이렇게 이상한 일은 처음이야!’ ---p.97
“우리는 바닷속 학교에 다녔어. 교장 선생님은 늙은 바다거북이었는데 우리는 그 선생님을 ‘땅거북’ 선생님이라고 불렀…….” “‘땅거북’도 아닌데 왜 ‘땅거북’이라고 불렀어요?” 앨리스가 물었다. “우리를 땅땅거리며 가르쳤으니까 ‘땅거북’이라고 불렀지. 넌 정말 멍청하구나!” 가짜 거북이 벌컥 화를 냈다. “그렇게 단순한 걸 묻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 그리핀도 덩달아 한마디 했다. 그런 뒤 가짜 거북과 그리핀이 말없이 앉아서 가엾은 앨리스를 빤히 쳐다보자 앨리스는 땅속으로 꺼져 보리고만 싶었다.
강둑에 나와 책을 읽는 언니 곁에서 따분한 시간을 보내던 앨리스 앞에 말을 하는 흰토끼가 를 뛰어지나간다. 호기심에 불타올라 토끼의 뒤를 쫓은 앨리스는 토끼 굴로 뛰어들어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몸이 커졌다가 작아지기도 하고, 자신의 눈물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가 하면, 동물 친구들과 함께 코커스 경주도 벌인다. 물담배를 피우는 애벌레, 공작 부인, 체셔 고양이, 모자 장수, 삼월 토끼, 겨울잠쥐, 그리핀과 가짜 거북을 만나 익살스런 소동을 연이어 겪는다. 급기야는 여왕과 함께 살아 있는 홍학과 고슴도치를 이용하여 크로케 경기에 출전하고, 타르트를 훔쳐 간 범인을 밝히기 위해 재판에도 참석한다. 그러나 마침내 언니가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고, 앨리스는 꿈속에서 벌어졌던 신 나고 유쾌한 모험들을 즐거웠던 추억으로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