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는 편이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우리는 금세 지루하고 산만해진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참 좋다. 고독만큼 붙임성 있는 벗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대개 방에 혼자 있을 때보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고독하다. 생각하거나 일할 때면 사람은 늘 혼자다. 그러니 그가 있고자 하는 곳에 있도록 내버려 두자. 고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거리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북새통 같은 케임브리지의 대학 기숙사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면 사막에 있는 수도승만큼이나 혼자인 것이다. 농부는 밭을 갈거나 나무를 베며 온종일을 들과 숲에서 혼자 일하더라도 거기 몰두해 있다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 pp.179-180
그래서 길을 완전히 잃거나 한 바퀴 돌게 되면―인간은 눈을 감고 한 바퀴만 돌아도 이 세상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 비로소 자연의 광활함과 기묘함을 깨닫게 된다. 잠에서 깨어나든 몽상에서 깨어나든, 우리는 깨어날 때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해 세상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무한한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 p.226
나는 때로 우리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의심 없이 도움을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넓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을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정한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그 편이 더욱 수치스러운 일이다. 뜰에서 샐비어 같은 약초를 가꾸듯이 가난을 가꾸자. 옷이든 친구든 새 것을 얻으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말자. 낡은 옷은 뒤집어 입고 옛 친구를 다시 찾아가면 될 일이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우리다. 옷은 팔아 버리고 생각은 그대로 간직하자. 우리에게 사람들과의 교제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신은 아실 것이다. 며칠 동안 다락방 구석에 거미처럼 틀어박혀 있더라도 생각을 간직하고 있다면 세상은 나에게 변함없이 넓어 보일 것이다.
--- pp.428-429
나는 우리가 국민이기보다 먼저 인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마땅히 맡아야 할 유일한 의무는 어느 때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집단에 양심이 없다는 말은 옳지만, 양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양심이 있는 집단이다. 법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정의롭게 만든 적은 없다. 오히려 법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법을 존중하다가 매일 불의의 앞잡이가 되어 버린다. 법에 대한 과도한 존경심이 초래한 일반적이고 당연한 결과를 일련의 병사들에게서 볼 수 있다. 놀랄 만큼 질서 정연하게 언덕과 골짜기를 넘어 전쟁터로 행군하는 대령, 대위, 하사, 사병, 소년 폭약 운반수 등 온갖 병사들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를, 아니 자신의 상식과 양심을 거슬러 행군하기 때문에 행군해 갈수록 실로 버거워지며 심장 박동마저 위험할 정도로 빨라진다.
--- p.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