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나직나직 소곤거리는 소리, 귓속말하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는 사방에서 났다. 난로 뒤에서도 났고 의자 뒤, 온갖 장식장들 뒤에서도 났다. 그사이 또 벽시계에서는 도―옥다―악, 도―옥다―악 하는 소리만 점점 더 커질 뿐 종이 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마리는 시계 쪽을 바라보았다. 금으로 도금한 커다란 부엉이가 시계 위에 앉아 시계가 몽땅 뒤덮이도록 날개를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부리가 심하게 휜, 못생긴 고양이 같은 얼굴을 앞으로 쭉 뺀 채로 있는 게 아닌가. 도―옥다―악 소리는 점점 더 거세지고, 그 사이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계여, 시계들이여, 시계들이여, 시계들이여,
도―옥다―악 모두들 나직이 울릴지어다. 도―옥다―악 소리 죽여 울릴지어다.
생쥐 대왕은 귀가 밝으니.
그저 도―옥다―악, 도―옥다―악 노래하라.
생쥐 대왕에게 친숙한 노래를 들려주라.
도―옥다―악 괘종을 쳐라, 시계추여, 괘종을 칠지어다.
그가 곧 결딴나리니!”
그러자 덕덕 하는 아주 둔탁하고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가 열두 번 울렸다! 마리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드로셀마이어 대부가 부엉이 대신 벽시계 위에 앉아서 노란 윗도리의 옷자락을 날개처럼 양쪽으로 늘어뜨리고 있는 걸 보았을 때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달아날 뻔했다.
--- pp.30~31
비계가 구워지기 무섭게 아주 가느다란 소리로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단다. ‘동생, 비계 구운 거 나도 좀 주시게! 나도 그 맛난 것 좀 먹어 보고 싶네. 나도 여왕인데. 비계 구운 거 나한테도 좀 주시구랴!’ 왕비는 그 말을 한 사람이 마우제링크스 부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 마우제링크스 부인은 벌써 여러 해 전부터 왕의 궁전에 살고 있었는데, 늘 자기가 왕의 친척이고 자기도 마우졸리엔이라는 제국의 여왕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에게도 거대한 궁정과 신하들이 있다고 주장했어. 부뚜막 밑에 말이야. 왕비는 착하고 인심이 좋은 여인이었어. 그래서 평소에는 마우제링크스 부인을 굳이 여왕으로, 또 자신의 언니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잔치가 열리는 날이라 진심으로 부인에게 성찬을 베풀고 싶었어. 그래서 큰 소리로 말했지. ‘일단 나오세요, 마우제링크스 부인. 아무튼 제가 만든 비계 요리 맛은 보셔야지요.’ 그러자 마우제링크스 부인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잽싸게 튀어나와 부뚜막 위로 올라왔지. 그러고는 작고 앙증맞은 앞발로 왕비가 내밀어 주는 조그만 비계 덩어리들을 한 개씩 한 개씩 움켜잡았어.
--- pp.58~59
한번은 고등 법원 판사가 마리네 집의 시계를 고치러 간 적이 있었다. 마리는 장식장 앞에 앉아서 꿈속에 푹 잠긴 채 호두까기 인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마리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아, 친애하는 드로셀마이어 씨, 나는요, 당신이 정말로 살아 있다면 피를리파트 공주처럼 그렇게 행동하지도, 당신의 청혼을 거절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나를 위해서 젊고 잘생긴 남자의 모습을 포기해야 했으니까요!” 그 순간 고등 법원 판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런 이런, 거 말도 안 되는 허튼소리.”
---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