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무 배에 달하는 국토를 가진 인도네시아의 특성상 전 국적인 유선 인프라 구축은 사실상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고가의 IT 기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주머니 사정 등이 더해지며 무선 모바일 서비스의 확산을 촉진시켰습니다. 인터넷 보급률, 스마트폰 사용 인구 등 절대 수치는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모바일 문화가 비교적 빠르게 발달한 현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 p.20
낯선 춤에 대한 호기심과 공연의 예술성만큼이나 시선을 끈 것은 바로 인도네시아 민속 무용의 다양성입니다. 전쟁의 승리나 공동체의 안녕 기원 또는 남녀 간의 사랑 등 주제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춤에 담긴 메시지를 몸짓으로 전달하는 방식과 전통 음악의 가짓수, 무용수의 의상과 분장 소품까지 공연 전반에는 다채로움이 넘쳐 났습니다. 비록 예술에 대한 전문 지식은 부족하지만, 인도네시아 전통 무용이라는 큰 물줄기만큼 아래 작은 물줄기들의 다양함이 돋보였습니다. --- p.36
인도네시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무려 700개가 넘습니다. 공용어인 ‘바하사 인도네시아Bahasa Indonesia’ 외에도 자바어, 순다어, 발리어 등 개별 종족의 고유 언어가 존재합니다. 이 중에는 영어 알파벳을 차용한 공용어와는 달리 별개의 문자가 있는 언어도 있습니다. 순다어 전통 표기를 처음 접하고 아랍 문자가 떠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공용어를 빌리지 않으면 현지인 사이에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 p.46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교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다산이 장려되고 원칙적으로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들은 보통 20대 초?중반에 배우자를 만나 출산을 합니다. 이에 따라 많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그만두고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게 됩니다. --- p.52
실제 이슬람교가 국교인 이웃 말레이시아와는 달리 인도네시아에는 단일 국교의 개념이 없습니다. 이슬람교 외에 개신교, 천주교, 힌두교, 불교, 유교가 공식 종교로 인정됩니다. 그 증거로 인도네시아 달력에는 이들 여섯 개 종교를 기념하는 공휴일이 각각 하루 이상씩 존재합니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에도 자연숭배, 무속신앙 등 다양한 민간신앙이 일찍부터 내려 왔습니다. 하지만 헌법상 보장된 신앙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여섯 종교 중 하나를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반드시 신분증에 명시해야 합니다. --- p.80
파타힐라 광장은 현재 자카르타 역사박물관Jakarta History Museum으로 탈바꿈한 옛 바타비아Batavia(네덜란드 통치 시절 암스테르담을 본떠 설계된 자카르타의 명칭) 시청 건물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인니 문화연구원에 따르면, 광장과 이 건물에서 식민 통치가 논의되고 관련 법령이 선포된 한편, 네덜란드에 맞선 인도네시아인들이 공개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태평양전쟁 기간에는 일본 군대가 머물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 식민 지배의 가슴 아픈 역사를 묵묵히 지켜봐 온 파타힐라 광장은 인도네시아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 p.96
동남아 무슬림 시장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제 성장 및 이에 따른 소비 계층의 부상에 있습니다. 신흥 시장 선두주자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연평균 6%에 육박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역시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에 버금가는 연평균 5.8%의 성장가도를 달렸습니다. 이렇듯 경제 발전과 함께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 p.115
이렇듯 종교상의 규율로 강조됐던 할랄은 얼마 전부터 비즈니스 관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슬람권 먹거리 시장 진출을 위한 선결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할랄 인증을 획득해야만 전 세계 식품 시장의 15에서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할랄 식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습니다 --- p.122
몇 년간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인도네시아 경제는 한동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비록 2015년 1, 2, 3분기에 2009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4.71%, 4.67%, 4.7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아세안에서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실제 나라 전체가 공사판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건물, 항만, 도로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명품 의류와 가방, 수입차 등은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첨단산업과 서비스업 기반이 취약하고, 기업들의 전반 적인 혁신 능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 p.144
자카르타는 자바 섬 중부의 욕야카르타, 수마트라 섬 북부의 아체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세 특별 자치구 중 하나입니다. 대통령궁이 위치한 명실상부한 정치·경제의 중심지로서, 인도네시아 경제 규모의 60%가량을 담당하는 자바 섬의 중추입니다. 또 인구 1000만여 명의 동남아 최대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국제적 위상을 반영하듯, 최근 글로벌 기업과 인재들의 자카르타 진출에 부쩍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 p.155
자바 섬 문화 발상지의 흔적은 솔로 시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수라카르타 왕궁Keraton Surakarta Hadiningrat으로도 불리는 까수나난 왕궁Keraton Kasunanan과 뿌라 망꾸너가란 왕궁Keraton Pura Mangkunegaran이 대표적입니다. 화려함과 균형, 개방성이 돋보이는 자바 건축 양식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왕궁들로 도시 중앙에 위치합니다. 왕궁마다 무기와 의상, 마차 등 왕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물품이 전시된 박물관이 딸려 있으며, 전통 음악과 전통 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p.162
이렇듯 수라바야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열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고유의 문화를 발달시켜 왔습니다. 식민 시대의 아픈 기억에 얽매이기보다는 해양 도시 특유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을 바탕으로 이방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왔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다민족?다인종 국가 인도네시아의 축소판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합니다. --- p.175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반둥은 조금씩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경제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그 흐름을 탔기 때문입니다. 주말이나 공휴일 저녁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던 현지 여객운송업체들의 정류장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도시 간 이동이 대개 경제 발전과 궤적을 같이하는 만큼,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늘어선 승객들의 모습에서 반둥의 밝은 미래가 그려졌습니다. --- p.187
국내에도 어느 정도 소개됐지만, K-Pop과 K-Drama에 대한 인도네시아 청소년들의 관심은 대단합니다. 저도 모르는 아이돌 그룹의 활동 스케줄을 꿰차고 있고, 심지어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빠뜨리지 않고 챙겨 보면서 배운 ‘대박’ 등 몇몇 단어를 적재적소에 맛깔나게 구사하기도 합니다. --- p.208~209
이렇게 삼발과 조금씩 친해지면서 한국 음식에도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한국 음식이 인도네시아에서 어떤 수준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궁금해진 것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놀라웠습니다. 음식 한류로 불려도 무방할 만큼 인도네시아인으로부터 폭넓게 환영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한국 슈퍼를 가지 않더라도 현지 편의점 등에서 한국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대형마트 중에는 한국 식품 코너가 별도로 마련된 곳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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