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전국의료보험협의회(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입사하여 2012년 퇴직 시까지 꼬박 한 직장에서 32년간 공직생활을 하였다. 초기 약 20년간은 전 국민 의료보험 확대 과정에 주로 참여하였다. 이 시기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아 이 책의 기반이 된 여러 공적 체험의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주요 보직으로 감사실장, 노인장기요양보험실행준비단장, 대전지역본부장, 일산병원 행정부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공직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평생의 관심사는 철학과 종교학이었다. 1980년대 후반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학과를 다니며 예술이론에 심취했고 그때 쓴 「한국가곡의 재인식 문제」로 제5회 객석예술평론상(1989)을 받았다. 또 『논어』에 대한 오랜 관심 끝에 1999년 주자류의 해석을 획기적으로 바꾼 『새번역 논어』와 『논어의 발견』을 출간하였다. 이후 에세이집 『어른 되기의 어려움』(2002), 『누룩곰팡이의 노래』(2004) 등을 내었고 한국일보, 충청투데이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퇴직 후에 발간한 『상처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다』(2012)로 제1회 ‘시대의 에세이스트상’을 받았다. 현재는 강의와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나는 국가의 요직을 맡았던 사람이 아니다. 높은 지위에 올랐던 사람도 아니다. 다만 내세울 것이 있다면 한순간도 내가 공직자라는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 내 나라에 대한 관심을 그쳐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 정도다. 지금도 나는 그저 이 책이 내 나라가 잘 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내 꿈의 한 자락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내 나라가 잘 되기를 바란다. 감히 강대국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주변의 그 어떤 나라로부터도 무시당하지 않는 나라, 깊이 생각할 줄 아는 나라, 정의가 면면히 흐르는 나라, 그리고 자랑스런 통일조국에의 꿈을 잃지 않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머리말」
겁 많은 공직자는 아무것도 못한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힘은 의외로 강하다. 만약 우리 공직사회가 그런 용기를 갖추고 있었다면 지난날과 같이 부도덕한 권력이 횡행하지도 못 하였을 것이고 그간의 저 숱한 불의도 자행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공직자는 결코 영혼이 없는 존재가 아니다. 장기판의 졸도 아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비하하지 않는 한 공직자를 비하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불의에는 저항하라」
일반적으로 윗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면 리더로서의 권위를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구차한 모습과 비교해보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큰 미덕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리더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구차한 논리를 동원하고 그것은 또 다른 잘못을 낳아 결국은 거대한 잘못의 사슬을 구성하고 만다. 그리고 막상 자신은 스스로 만든 그 사슬에 얽혀 행보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다가 쓰러지는 것을 우리는 종종 현실에서 목도한다.--- 「불치하문」
관료사회는 관료사회대로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것은 변함없이 진실과 정의에 대한 불굴의 추구다. 모든 혼란과 왜곡의 원천은 권력의 획득과 유지가 진실과 정의 등 다른 모든 가치들을 누르고 최우선의 가치로 올라선 것이고 그것은 지금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해결은 너무나도 당연히 권력을 진실과 정의의 아래로 다시 편입시키는 것이다. 오직 진실과 정의만이 휘어진 관료사회의 허리를 펴게 할 수 있다.--- 「정치권에 주늑 들지 마라」
“나는 우리나라 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진심을 믿는다. 이 순간도 적지 않은 공직자들은 제 나름의 진심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정성을 기울이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32년 공직 현장에서 나는 그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 나는 이 땅의 움츠러들고 기죽은 모든 공직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절망하지 말고 애초의 그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지치지 말기를 바란다.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 기다리며 그 진심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공직을 떠난 이후까지도 그 마음이 시들지 않기를 바란다. …… 돌이켜보면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나 캄캄한 암흑기를 지나고 있을 때에나 끝까지 버티고 잔명을 이어온 것은 거짓과 허세에 빠져 있던 권력이 아니라 겨자씨보다 작았던 그 진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