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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1999년 05월 31일 |
|---|---|
| 쪽수, 무게, 크기 | 332쪽 | 크기확인중 |
| ISBN13 | 9788983752727 |
| ISBN10 | 8983752726 |
산하여, 나의 산하여
고은
|
중앙m&b
|
1999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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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신선의 혼령을 불렀다.
'여보 양신선! 아니 봉래도인! 원화선인! 나 저 남쪽에서 밤낮없이 내달려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런 나에게 무슨 수작 있기를 청하는 바요.'
그랬더니 공중의 새소리 뒤에 휘휘 감겨드는 기운이더니 바로 양신선의 혼령이 내려왔다. 나를 오인봉 쪽으로 이끌어 갔다.
'여기는 푸른 학이 사는 곳일세.'
'여기는 깊은 물이네. 자네가 좋아할 관음담이라네. 여기는 오랜 이끼로 미끄러우니 칡넝쿨을 잡고 조심스레 건너야 하네. 더러 수건을 메고 가므로 수건애라 한다네.'
'자, 여기서 잠시 앉아 내 머루 다래로 빚어준 것을 한 모금 적셔보게나. 이것을 마시면 저 아래 동네 삽살이도 선구이시라네.'
'그런데 자네한테도 부탁이 있네. 자네는 흔한 금강산 시말고 다른 금강산 시를 지으시게.'
여기까지가 양사언의 수작이었고 그 뒤로는 현실로 돌아왔다. 옛사람을 너무 많이 동행하면 내가 옛사람으로 되어버릴 터이다. 양신선이 아니더라도 만폭동의 하루는 백년하청의 세월이었다.
'여보 양신선! 아니 봉래도인! 원화선인! 나 저 남쪽에서 밤낮없이 내달려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런 나에게 무슨 수작 있기를 청하는 바요.'
그랬더니 공중의 새소리 뒤에 휘휘 감겨드는 기운이더니 바로 양신선의 혼령이 내려왔다. 나를 오인봉 쪽으로 이끌어 갔다.
'여기는 푸른 학이 사는 곳일세.'
'여기는 깊은 물이네. 자네가 좋아할 관음담이라네. 여기는 오랜 이끼로 미끄러우니 칡넝쿨을 잡고 조심스레 건너야 하네. 더러 수건을 메고 가므로 수건애라 한다네.'
'자, 여기서 잠시 앉아 내 머루 다래로 빚어준 것을 한 모금 적셔보게나. 이것을 마시면 저 아래 동네 삽살이도 선구이시라네.'
'그런데 자네한테도 부탁이 있네. 자네는 흔한 금강산 시말고 다른 금강산 시를 지으시게.'
여기까지가 양사언의 수작이었고 그 뒤로는 현실로 돌아왔다. 옛사람을 너무 많이 동행하면 내가 옛사람으로 되어버릴 터이다. 양신선이 아니더라도 만폭동의 하루는 백년하청의 세월이었다.
--- p.256-257, --- '32. 일생의 만폭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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