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고영
대학에서 한문과 중세 한국어 자료를 두루 읽고 공부했습니다. 중세 연희, 중세·현대 무대극 일반으로 관심 영역을 넓힌 덕분에 학창 시절을 판소리 및 대본, 판소리계 소설, 현대 한국어 희곡, 독일 낭만주의 리트, 오페라 및 대본에 빠져 지냈습니다. 생업으로 오랫동안 동아시아 한문 고전과 역사 자료를 편집하면서 ‘샘깊은오늘고전’을 기획했으며, 한국 한문학 작품 및 중세 한국어 작품을 번역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한국어·한문·중국어·일본어가 뒤섞인 최근 100년간의 음식문헌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림 : 이윤엽
강정·밀양·쌍용차 등 투쟁의 자리를 찾아다니며 저항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목판에 새기고 알려 왔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을 목판화에 담아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그림책 『나는 농부란다』를 펴냈으며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 『놀아요 선생님』, 『북정록』, 『임종국, 친일의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 『신들이 사는 숲속에서』, 『나를 낮추면 다 즐거워』, 『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코』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윤엽 삼촌의 판화로 본 세상’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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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샛별같은 눈을감고 치마폭을 무릅쓰고
새롭게 쓰고 다시 풀어 보는 우리 시대의 [심청전]
"심청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모진 운명과 한판 대결을 벌입니다. ... 내 삶을 살아가는
나의 단단한 결심과 행동만으로, 누추한 일상을 비장미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바꿉니다."
여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효'의 상징이 되어 버린 이 소녀의 이야기는 마당놀이나 판소리는 물론, 현대소설과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 변주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친화적 캐릭터가 혹시 많은 사람들에게 기시감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진 않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하여 저자는 '효녀'라는 쓰개 속에 가려진 심청의 민낯을 보려고 합니다. 강요된 선택이 아닌 단단한 결심에 따라 모진 운명과 한판 대결을 벌여 누추한 일상을 비장미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바꾼 인물을 말이지요.
고어(古語)와 고사(故事)를 주석 없이 읽을 수 있는 오늘의 언어로 풀고, 오늘의 시선을 담은 작품 해설, 균형 잡힌 관점으로 작품을 독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부록 열한 꼭지, 판화가 이윤엽의 강렬한 일러스트가 한데 어우러져 '심청'의 진면모를 보여 줍니다.
*장화홍련전-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
"치밀한 고증, 충실한 풀어쓰기"
인문학적으로 다시 읽는[장화홍련전]
열네 살에 다시 보는 우리 고전 두 번째 책은 치밀한 고증과 충실한 풀어쓰기로 완성된 [장화홍련전]입니다. 각색 동화나 교과서 부분 인용에 익숙한 청소년 및 성인 독자를 위해 필사본과 연활자본을 현대 우리말로 풀어 문학작품 특유의 명징한 비유, 상징을 품은 장면들까지도 아름답게 복원시킨 이 새로운 독본에서 독자들은 고전의 참 멋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동아시아 한문 고전 연구자이자 출판 및 강연 기획자로 활동해 온 저자가, 인문학이라는 반성적 렌즈로 우리 옛 소설을 다시 읽어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야기의 사회·역사·문화적 배경을 다양한 기록과 문헌을 통해 조사하고 찰진 입담으로 풀어낸 장별 부록 '이야기 너머'를 읽다 보면 가부장 권력의 모순, 국가 권력의 무능, 가족 로망스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우리의 둔감함이 미처 감각하지 못했던 진짜 '공포'가 덮쳐 옵니다. 오늘의 독자가 보다 감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지도, 사진 자료를 더하고 있습니다.
*춘향전-높은바위 바람분들 푸른나무 눈이온들
로맨틱코미디의 유머, 비극의 비장미, 저항문학의 기상...... 이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담쏙 안고 있는 [춘향전]은 총천연색 연애소설입니다. 이 책은 [춘향전] 본래의 매력을 되살려 고어와 고사를 맵시 있는 오늘의 한국어로 번역한 우리 시대의 독본이자, 이야기 속 역사 정치 문화 면면을 살핀 청소년을 위한 고전 인문 교양서입니다.
*토끼전-게 누구요 날 찾는게 누구요
인간 사회의 총체적 모순과 통찰이 담긴 우리 고전문학의 백미
술병에 ‘유체이탈’이 겹친 용왕, 설왕설래 어전회의, 충심에 살고 충심에 발등 찍는 자라, 무늬만 제왕 호랑이, 사기꾼 여우, 묻지 마 횡포 다람쥐, 벼슬바람 든 토끼...... 무능한 권력과 정치에 대한 풍자가 빼곡한 [토끼전], 그 본래의 정신을 살려 오늘의 한국어로 옮기고 이야기 속 역사·정치·문화 면면을 풀었습니다. 장마다 실린 부록에서 저자는 이처럼 흥미진진한 질문을 던지며 누구나 잘 안다고 믿는, 그러나 만만한 옛이야기인 양 터부시된 우리 고전의 참맛을 음미해 보자고 ‘슬로 리딩’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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