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문제아와 왕따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문제아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혹은 곧잘 마주하게 되는 기싸움을 버텨 내지 못하면 곧장 왕따의 자리로 추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보통 왕따들보다도 심하게, 평소 쌓여 있던 아이들의 복수심가지 가중되어 처절한 따돌림 생활을 버텨 내야 한다. 내가 계속 사고를 치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영역 표시의 의미랄까. --- p.37
“야, 배 속에 똥 나무를 키우냐? 적당히 끊고 빨랑 나와!” --- p.51
벽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의 나는 항상 똑같기만 한데, 내가 정말 자라고 있긴 한 걸까? 내가 소리 없이 크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 또한 모두들 변해 가고 있는 것일까? --- p.80
“왜 자기 마음을 아는 게 더 어려울까? 내 생각엔,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데에서 문제가 비롯되는 거 같아. 사람이 사람을 완벽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거야. 그 사람이 나 자신이라고 해도. 때문에 나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오만을 품기에 앞서서, 나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 p.103
타인의 죽음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더러 삶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며 살라는 세상의 암시가 아닐까. ‘끝은 이렇게 간단하고 순식간이야. 그런데도 너 계속 그렇게 미적거리며 우울하게 살래?’라는 투로 말이다. --- p.109
여기는 어딘가. 길을 잃었다. --- p.116
뿐만 아니라 같은 동네에 사는 남자애 두 명으로부터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었다. 나는 둘 중 닭싸움을 해서 이기는 사람과 편하게 지내겠다고 말했다. 둘 중 한 명이 코를 찧어 코피를 흘렸다. 나는 어쩐지 피가 나는 쪽이 더 멋져 보여,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기로 했다. --- p.184
“이 세상에 찌질하고 우울하게 살고 있는 애들을 전부 납치해서 모을 거예요. 그리고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거죠.” --- p.189
다리의 끝이 어디를 향해 있는 것인지, 끝에 맞닿았을 때 무엇이 나는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