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했다. 재학 중 썼던 첫 작품인《마왕의 육아일기》가 통신상에서 ‘200만회 조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한국에서 판타지 문학의 돌풍을 주도했다. 현재는 만화 스토리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학창 시절에 품었던 고민이 문득 떠올라 《누가 나를 죽였을까》를 쓰게 됐다. 주인공 영준처럼 극적인 경험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이 이야기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대표작으로는 《파라다이스 로스트》 《밀레니엄 제로》 《심연의 카발리어》 《윈드 드리머》 등이 있다.
소년은 종이 위에 쓰인 세 글자가 낯설기만 했다. “김영준, 김영준…….” 그래도 조금이나마 익숙해지기 위해서 영준은 종이에 적힌 자신의이름을 여러 번 되뇌었다. 종이에는 이름 외에도 나이와 콩을 싫어하니 식사에 콩을 빼 달라는 지시 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것이 영준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허허,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천천히 알아 가시면 됩니다.” 의사가 유쾌하게 말한 게 벌써 사흘 전의 일이다. 그동안 영준은 가족은커녕, 가족 비슷한 사람조차 만나 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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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없다고” 영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녀가 되물었다. 영준을 내려다보는 소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실렸다. 그것은 경멸이었다. “그것 참 편리하겠네.” 소녀의 말투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영준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죠” “넌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지” 소녀의 말에 영준은 할 말을 잃었다. 소녀는 영준이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고 그대로 계단 위로 모습을 감추었다. 영준은 어이가 없어서소녀가 사라진 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