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시온은 오늘도 먼지 이는 땅을 지키며 대답 없는 그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선교사.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여전히 홀로 걸어가고 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이제는 가족과 함께한다는 기대로 새로운 땅에서의 사역을 시작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로 가족을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혼자 남은 그 시간. 그는 하나님 앞에 엎드렸고, 그 땅을 향한 하나님의 진심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에서 그들의 마음을 두드리며, 살짝 보여주는 속마음 한 자락에 기뻐하며,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그들에게 향한다. 열리는가 싶으면 다시 닫히는 그들 앞에서 느끼는 절망과 멀리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홀로 서야 하는 외로움과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테러와 전쟁의 공포 속에서 그의 마음을 붙드는 것은 하나님의 눈물이다. 그 땅의 백성을 향한 아버지의 불붙는 심정이 그분의 눈물에 담겨 있다. 하나님을 떠난 백성의 길이 어떠함을 아시기에, 반항하고 거부하는 그들의 마음을 붙들고 애타하시는 아버지의 음성. “나를 떠나지 말라.”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아버지의 품이다. 하나님의 장중(掌中)이다. 그 안에 생명이 있고, 그 안에 참 평안이 있다. 이 믿음이 있기에, 그는 “오늘도 무사히”를 기도하며 문 밖으로 나선다. 떠나버린 자녀를 향한 아버지의 눈물을 가슴에 품고. 이시온 선교사는 한 선교단체에서 3년간 대학생 간사로 섬기다 학생들을 이끌고 다녀온 단기선교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잊지 못해 영국 영어연수를 거쳐 선교지로 떠났다. 첫 선교지인 케냐에서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한국에서 선교동원가로 활동하다 아프간에 정착한 그는 그곳에서 10여 년 간 묵묵히 사역을 감당했다.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를 한국에 두고, 새로운 땅인 A국에서 여전히 세상과 교회, 어디에도 알릴 수 없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천 개의 심장》, 《천 번의 순종》(규장)이 있다.
내가 가는 곳들은 치안 상태가 좋지 않거나 여행 금지 구역이거나 철수 권고 지역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짊어지는 짐보다 아내가 한국에서 짊어지는 짐의 무게가 더 클 것이다. 선교사를 남편으로 둔 아내, 선교사를 아빠로 둔 아이들, 선교사를 아들로 둔 어머니. 아내와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늘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무슨 말로 표현하고 어떤 미사여구로 설명해도 마음 한구석에 머물러 있는 송구스러움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래도 우리는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 그 길이 어떤 길이든. 설령 내 앞에 놓인 그 길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도. 내가 걸어간 그 길을 따라 또 다른 누군가가 걷게 되겠지. --- p.7
다시 혼자가 된 나는 가족에 대해, 비참한 이 땅의 현실에 대해, 그리고 나의 주 하나님에 대해 진심으로 알고 싶었다. 사람들은 내게 "왜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땅만 찾아서 다니세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땅만 찾아다닐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이제는 가족과 함께 지내기로 했는데, 어떻게 아직까지도 일부러 힘들고 위험한 곳을 찾아다닐 수 있겠는가? 내가 위험하고 힘든 곳을 찾아다닌 게 아니고, 그 땅에 가보니까 그곳이 위험하고 어려운 곳이었다. 힘든 땅이었다. 아프간도, 지금 서 있는 이 땅도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곳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이게 내 대답이다. 진심 어린 대답이다. 그러나 이 땅을 한 번 밟은 후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이 땅을 떠나 돌아갈 때도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모르겠다. 왜 그런지. 내가 있어야 할 땅이라는 확신 외에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 p.17
눈을 감으면 눈물이 흐르고 눈을 뜨면 당신의 슬픔이 보입니다. 황폐한 백성의 마음은 당신께 돌아올 줄 모르고 적의 군대는 밤에도 잠을 자지 않습니다. 그들의 함성이 들리지만, 우리의 밤거리에는 노랫소리와 불빛이 가득합니다. 하나님의 손이, 진노의 손이 들려 백성을 향하지만 우리는 눈이 어두워 여전히 밤을 좋아합니다. 죄가 우리의 눈을 가리고 탐심이 우리의 마음을 닫았습니다.
십자가는 빛을 잃고, 말씀엔 힘이 사라졌습니다. 선지자들은 더 이상 성벽 위에 서지 않고 제사장들은 거룩함을 잃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눈물이 흐르고 눈을 뜨면 당신의 슬픔이 보입니다. 태평하다 하나 실상은 고난의 시작이고 조용하다 하나 실상은 요란합니다.
살아 있지만 호흡할 수 없는 이 백성이 굶주리며 헤매고 있습니다. 소망이 있다 말하지만 실상은 죽은 나무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