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나 애국심, 독신생활, 제단에 놓는 촛불, 절대 금주, 교육 따위가 좋으냐 나쁘냐는 인간들이나 실컷 토론하게 내버려 두거라. 그런 질문에는 해답이 없다는 걸 척 보면 모르겠느냐? 중요한 건 주어진 상황의 심리 경향이 특정한 순간에 특정한 환자(스크루테이프는 성도들을 환자라고 부름)를 원수에게로 더 가까이 몰고 가느냐, 우리에게로 더 가까이 몰고 오느냐하는 것 뿐이다.
우리가 바라는 바, 정말 간절히 바라는 바는 인간들이 기독교를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출세 수단으로 이용한다면야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라도 - 하다못해 사회 정의를 위한 수단으로라도 - 삼게 해야지. 이 경우, 사회 정의는 원수가 요구하는 것이므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일단 믿게 한 후, 기독교는 그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므로 가치 있다고 믿는 단계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기독교가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이유 때문에 믿으라는 것,이게 바로 우리의 수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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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사들의 존재를 믿으며, 그들 중 일부가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하여 하나님의 적이 되었고, 따라서 인간의 적이 되었음을 믿는다. 이렇게 타락한 천사들을 우리는 '악마들'이라고 부른다. 악마들은 선한 천사들과 본질이 아예 다른 존재가 아니라, 그 본질이 부패한 존재들이다. 악인이 선인의 반대이듯이 악마는 천사의 반대이다. 악마들의 지도자 내지 독재자인 사탄은, 하나님과 반대되는 존재가 아니라 미가엘과 반대되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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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영성은 어떤 경우에든 부추길 만한 것이다. 인간들은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분과 영적 교제를 나누는 것이 진정한 기도'라는 겉보기에만 경건한 근거에 속아 넘어가, 일용할 양식과 아픈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원수(그리스도)의 분명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릴 때가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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