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욕심만큼 잘 되지 않아 답답하지만 공부도 하다 보면 능숙해지는 법이다. 자전거 배우기가 그렇듯 공부도 자꾸 해봐야 한다. 공부를 잘하기 바라면서 학원 수업만 열심히 듣는 것은 마치 자전거를 잘 타기 바라면서 직접 타지는 않고 친구가 타는 걸 보기만 하는 것과 같다. ‘명심하자. 공부는 내가 직접 해야 한다. 선생님이 문제 푸는 걸 보기만 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내가 풀어봐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직접 교과서를 읽어봐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 이해가 안 되는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문제집 번호 앞에 붙은 난이도 표시나 학원 선생님이 강조하는 자주 틀리는 문제는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 나에게 최적화된 것은 아니다. 내가 직접 문제를 풀어보고 나에게 맞도록 난이도 표시를 해야 하며 내가 자주 틀리는 문제는 직접 골라내야 한다. 중학생이 되어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그래서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스스로 공부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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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 아이들의 이름도 성적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인식하는 순서는 학생들과 부딪히는 사소한 경험을 근거로 한다.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중요한 경험은 바로 인사다.’ 대부분은 고개만 까딱하는 인사로 지나가지만 늘 정성껏 인사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특유의 명랑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외치는 아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깊게 숙여 인사하는 아이, 선생님이 멀리 있거나 뒤돌아있는 상태에서도 선생님을 부르며 인사하는 아이, 이런 아이들 앞에서는 선생님의 발걸음도 멈추고 눈길도 머물기 마련이다. 잠깐이지만 선생님들은 명찰을 보고 그 학생의 학년과 이름을 파악한다. 1학년 담당 선생님이라면 1학년 명찰 색깔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러다 수업하러 들어간 교실에서 그 학생을 만나게 되면 어떨까? 선생님은 다시 한 번 눈여겨보게 된다. 인사는 그 학생의 인성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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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에서 10등이라는 결과만 본다면 창윤이의 첫 시험은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실수가 없었는지 검토를 한 번만 더 했다면 수학은 만점을 받았을 것이고, 공부를 미리미리 해두었다면 문제집도 풀고 중요한 내용을 외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만 해도 과목마다 두세 문제 이상은 더 맞추지 않았을까? 그러면 반 등수도 5등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첫 시험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할 공부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10등 성적표를 받은 창윤이는 자신을 10등짜리로 여겨버린다. 다음 시험에서 8등이나 6등만 해도 ‘조금이라도 올랐으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첫 시험에서 5등을 했다면 어떨까? 창윤이는 다음 시험에서 3등이나 2등으로 올라가려고 애를 쓸 것이고 결국 1, 2등 성적표를 받게 될 확률도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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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모두 다니는 유명한 학원이라 해서 나에게도 좋은 건 아니다. 큰 학원은 프로그램도 다양하며 아는 친구들도 많아 선택에 부담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큰 학원들의 특징은 수준별로 반을 나누어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 기질 상 경쟁이 학습 동기 자극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아이들도 있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보다 점수로 내 수준을 확인하며 구체적인 목표 의식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학원 시스템은 스트레스 자체다. 선생님께 혼날까봐 학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계단에 앉아 숙제를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A반에서 B반으로 떨어졌다고 우는 경우도 있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필요하겠지만 학원에서 하는 공부보다 학원 다니는 것 자체에 더 신경이 쓰인다면 학원 선택을 다시 하는 것이 좋다.’ 성격 차이는 의지나 시간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원의 성격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크고 유명한 학원이라도 내게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