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인간이 겸손하게 참고 넘겨야 되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보다 중요한 항목을 붙잡아두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항목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들 말이다. 내게 있어서는 클라라가 바로 이 마지막의 가장 중요한 항목처럼 여겨졌다. 이 뒤숭숭한 며칠 동안 나는 갑자기 내가 클라라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한 인간의 가치는 자기 자신을 초월해서 성장하는 데에. 자기 자신의 밖에서 무엇이 되는 데에, 다른 사람의 가슴속에서 무엇이 되는 데에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이 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 p.52,220
멋진 밤이 지나자 하벨에게는 멋진 낮이 시작되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그는 그 말같이 생긴 여자와 몇 마디 의미심장한 말을 나누었다. 그리고 10시에 치료를 받고 돌아왔을 때 방에는 사랑이 듬뿍 담긴 아내의 편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다음 그는 다른 환자들과 섞여서 주랑 사이로 산책을 하였다. 그는 도자기 잔을 입에 갖다대고 마족한 듯 환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는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고 그의 곁을 지나치던 여자들이 이젠 그에게 오랫동안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러면 그는 그에 응해서 가볍게 인사를 보냈다.
--- pp.282-283
그녀의 그러한 불안감은 심지어 그 청년과의 교제 시에도 나타났다. 그를 알게 된 것은 1년 전의 일이었다. 그와 사귀면서 그녀가 행복을 느낀 것은 아마도 그 살마이 그녀의 육체와 영혼을 결코 분리시켜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여 두 사람이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가 그녀의 생복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모든 행복 뒤에는 의혹이 자리잡기 마련이다. 그녀의 의혹은 컸다.
이를 테면(몸과 마음이 홀가분한)다른 여자들이 자기보다 더 매력적이고 유혹적이어서, 이러한 유형의 여자들을 잘 안다는 사실을 숩기지 않는 그 청년이 어느 날 그런 여자 때문에 자기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하곤 하였다. (그는 여생을 위해 후회가 없을 만큼 그런 류의 여자들을 충분히 맛보았다고 말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그가 훨씬 젊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완전히 그녀에게, 그리고 그녀는 안전히 그에게 속하기를 그녀는 바랐다.
하지만 그녀가 그에게 모든 것을 주려고 노력하는 만큼, 그녀가 그에게 주기를 거부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즉 깊은 사랑이 아닌, 표피적인 연애가 제공해 줄 수 있는 바로 그것을 그녀가 그에게 주지않으려는 것 같은 생각이 그녀에게 들었다. 그녀는 그녀의 진지함을 벗어나서 좀 가벼워질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는 고통을 겪지도 않고 그러한 생각을 품지도 않았따.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
--- p.107-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