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네 빵은 전부 다 맛있지만 그중에 제일은 바로 크루아상이다. 바삭한 겉껍질이 막 피기 시작한 장미 꽃송이처럼 한 겹 한 겹 포개져 있고, 속은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할아버지가 만든 크루아상의 맛은 예술이다.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을 하나 집어 한 입 베어 물면, “바사삭, 바사삭.” --- 「단팥빵, 크림빵, 메론빵, 크루아상…….」중에서
소희는 신중하게 선반에서 그 병을 내렸다. 그리고 주방 한가운데에 있는 작업대 위에 병을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딸기의 상큼한 향기가 살짝 새어 나왔다. 곧바로 뚜껑을 닫고 병 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병 속에는 평범한 물과 딸기가 들어 있을 뿐이었다. 물속에 떠 있는 딸기는 빨갛고 윤이 났다. 뻐끔뻐끔하며 물놀이를 즐기는 것 같았는데, 왠지 살아 있는 것처럼 아주 귀엽게 느껴졌다. 소희는 이대로 언제까지라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희는 할아버지가 갓 구운 빵을 먹는 순간이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던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소희에게 빵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놓은 딸기 천연 효모를 대신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한다. 딸기가 발효되어 빵을 부풀게 만드는 천연 효모로 변하는 신기하고 놀라운 발효의 과정은 매일매일 탄성을 지르게 한다. 소희는 끝까지 책임감 있게 천연 효모를 완성하지만 할아버지는 병이 발견되어 기운을 잃어가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