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를 쓰다듬고 그것을 다시 가구 속에 넣고 문을 닫으면, 그것이 마치 살아 있고 감추어져 있으며 유폐된 존재처럼 여겨졌으며, 내가 그 존재를 생생히 느껴 다시 갈망하게 되었고, 나는 그것을 다시 꺼내어 어루만지고, 그 미끈하며 자극적이고, 광증을 유발하고, 감미롭고, 차가운 접촉으로 인해 불편해질 지경까지 흥분하고 싶은 거역할 수 없는 욕구에 사로잡히곤 하였다. ---「머리채」중에서
자기가 그 떠돌이 여인, 의자의 짚이나 갈아 끼우는, 그 마구 굴러다니는 여자의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슈께는 몹시 분개하며 펄펄 뛰었습니다. 마치 그녀가, 자기의 명성이나 좋은 평판을, 즉 자기에게는 생명보다 귀한 양심의 명예를, 훔치기라도 한 듯했습니다.
그에 못지않게 격분한 그의 처 역시, 다른 말을 찾지 못하고 같은 소리만 반복하였습니다.
“그 비렁뱅이 계집! 그 비렁뱅이! 그 비렁뱅이 계집이!” ---「의자 수선하는 여인」중에서
내가 총을 발사하였다. 한 마리가 내 발 가까이에 떨어졌다. 배 부분이 은색인 발구지였다.
그러자 내 머리 위 허공에서 새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짧게 반복되었고, 또한 애절했다. 살아남은 그 작은 짐승은,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자기의 죽은 짝을 바라보며, 우리들 머리 위 창공을 선회하기 시작하였다.
칼은 무릎을 꿇고 총을 어깨에 기대어 세운 채, 그 짐승이 충분히 다가오기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자네가 암컷을 죽였어. 이제 수컷은 떠나지 않을 거야.”
---「사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