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는 모든 것을 배우는 사람이며 강자는 자기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며 부자는 자기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석숭스님이 '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전무후무한 거부'가 되리라고 예견하였던 것은 임상옥이 앞으로 그러한 거부가 되리라고 예언한 것이 라이하 욕망의 유한함을 깨닫고 그 욕망의 절제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이야말로 하늘 아래 최고의 거부로 나아가는 상도임을 예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 p.
추사 김정희는 다시 임상옥에게 말을 이었다. '때문에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숱의 세 발을 인간이 가진 세 가지 욕망으로 흔히 비유하여 말하곤 하였습니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의 욕망이 있다. 그 하나는 명예욕이요, 다른 하나는 지위욕, 나머지 하나는 재물욕이라 하였습니다. 이 세 가지 욕망을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삼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고로 중국의 도가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명예, 지위, 재물 이렇게 삼욕으로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마치 숱의 세 발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재물을 가진 사람은 명예뿐 아니라 권세까지 누리려 합니다. 권세를 가진 사람은 명예뿐 아니라 재물까지 가지려 합니다. 이것은 분명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 p.34
집안에 간직한 재물을 밖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을 聖이라고 한다. 이것이 도둑이 지켜야 할 제 1도의 도다. 그 다음엔 선두에 서서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勇이라고 한다. 이것이 도둑이 지켜야 할 제 2의 도다. 그 다음엔 맨 나중에 나오는 것이 義라고 한다. 이것이 도둑이 지켜야 할 제 3의 도인 것이다. 그 다음엔 도둑의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 知라고 한다. 이것이 도둑이 지켜야 할 제 4의 도인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는 훔쳐온 물건을 덜 갖고 치우침없이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仁이라고 한다. 이것이 도둑이 지켜야 할 제 5의 도인 것이다. 이 다섯가지의 도를 터득하지 못하면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큰 도둑은 절대로 되지 못할 것이다.
--- p.1권 105
지난번 동경에서 처음으로 보았을 때는 시간이 짧아 미처 음독(音讀)조차 해보지 못하였던, 김정희가 남긴 최후의 문장이었다. 나는 그 발문을 읽기 시작하였다. 상업의 길(商業之道) 일찍이 태사공(太史公)은 《사기》에서 '못이 깊으면 고기가 그곳에서 생겨나고 산이 깊으면 짐승이 그곳으로 달려가며 사람이 부유하면 인의가 부차적으로 따라온다'고 말하였다. 이는 옳은 말이다. 그러나 오직 부유하기 때문에 인의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부보다는 마땅히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인도(人道)가 있어야만 인의(仁義)가 따라오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상업의 길'이라고 부를 만하다.
가포(稼圃)는 평생 부를 모아 마침내 조선 팔도에서는 그 누구도 당할 수 없는 거부가 되었다. 그러나 가포는 일찍이 공자가 말하였던 대로 '상업이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義)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에 충실하여 평생 동안 인의를 중시하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재물은 평등하기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아 재물보다는 사람을 우선하였다.
따라서 그는 평생 동안 재물을 모았지만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황금을 벌었으나 이는 다만 채소를 가꾼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그를 '채소를 가꾸는 노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고로 그를 성불이라 부르니 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즐겁고 기쁜 일이다. 추사의 발문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5권- p.256-257
조선의 인삼왕 임상옥이 5천근의 질 좋은 홍삼을 갖고 변무사의 사행을 따라 연경에 도착하였다는 소식이 왕조시의 통문을 통해 전 시내의 약재상들에게로 번져나갔다. 곧 약재상들이 박종일이 머무르고 있는 여인숙 희동관으로 몰려들었다. 몰려온 약종상들도 대부분 실질적인 주인은 따로 있고, 흥정에 대리인으로 나선 화계들이었다. 따라서 임상옥도 자연 현장에서 물러나 있었으며 실질적인 거래는 박종일과 현지인 왕조시가 따로 나서고 있었다.
--- p.15-126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나는 대답 대신 탁자 위에 놓인 김기섭 회장이 직접 쓴 출처불명의 문장을 바라보았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 p.87
장사란 이익을 보기 위해 상대방을 죽이고 나 혼자만 살아남는 행위가 아닌 것이다. 어차피 상업이란 사람과 사람과의 거래이므로 나도 살고 상대방도 함께 사는 길이 바로 정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사는 '이생이사'의 경영철학이야말로 임상옥의 경영철학이었다.
--- p. 261(제2권)
임상옥은 이 게송을 통해서 인간의 어리석은 꿈을 깨우는 하늘의 바람을 느꼈으며, 천층만층으로 말없이 에워싼 인간의 업장이 무너지는 깨달음을 느꼈음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를 불도의 진리를 깨달은 끝에 노래하는 일종의 오도송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임상옥은 그 새벽 종소리를 들으며 '현자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며, 강자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며, 부자는 자기 스스로 맞족하는 사람'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석숭 스님이 '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전무후무한 거부'가 되리라고 예언한 것이 아니라, 욕망이 유한함을 깨닫고, 그 욕망의 절제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이야말로 하늘 아래 최고의 거부로 나아가는 商道임을 예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 p.4권 187-188
유리창 밖 작은 정원에는 햇솜을 두른 것처럼 흰눈이 한 겹 쌓여져 있었다. 그새 그쳤는지 더 이상 눈은 내리지 않고 있었다.
'정 선생님께서 이 문장이 어디서 왔는가 그 출처를 밝혀 주십시오.선생님이야말로 이 일의 적임자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돌아가신 김기섭 회장님의 내면을
파헤치는 데, 아주 중요한 실마리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동의를 구하듯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나는 대답 대신 탁자 위에 놓은 김기섭 회장이 직접 쓴 출처불명의 문장을 바라보았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이 문장에서 호를 따온 여수 김기섭.굳이 표현하자면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려 했던 김기섭. 그에 있어 이 열자의 한자어야말로 그의 평생에 걸친 기업활동의 모티브였던 것이다.
--- p.87
우명옥은 노자가 말하였던 '모든 불행은 스스로 만족함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는 천도를 깨우쳤으며, 또한 그 깨우침을 노자가 말하였던 '어떤 그릇에 물을 채우려 할 때 지나치게 채우고자 하면 곧 넘치게 되고 만다(持而盈之 不知其己)'의 문장에서 '가득 채움을 경계하는 잔', 즉 계영배의 이름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
석승 큰스님은 계영배가 깨어져 피를 흘리고있는 바로 그 순간에 자신도 피를 흘리면 앉은 채로 숨을 거둔 것이다. 임상옥은 묵묵히 차를 마시며 생각하였다. 석승은 계영배가 언제 깨어질 것인가를 알고 있었으며 그 깨어지는 순간이 바로 자신이 숨을 거두는 임종의 순간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p.178
商卽人...
장사는 곧 사람이며 사람이 곧 장사라는 상도는 임상옥이 평생을 통해 지켜나간 금과옥조였던 것이다
--- p.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그러므로 사랑을 일부러 만들지 마라
사랑은 미움의 근본이 된다.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모든 구속과 걱정이 없다.
--- p.258
본시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며,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오는 것도 아니며 가는 것도 아닌 것을 네가 괴로워하는 것은 진흙덩어리에 불과한 네가 소유하려 하기 때문인 것이다.
--- p.
따라서 그는 평생 동안 재물을 모았지만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황금을 벌었으나 이는 다만 채소를 가꾼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그를 ' 채소를 가꾸는 노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고로 그를 상불이라 부르니 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즐겁고 기쁜 일이다.
--- p.257 5권
'노자는 이렇게 말하였소.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선하여 만물을 이롭게 하나 다투지 않으며 여러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처신한다.고로 도에 가까워지는 것이다.'나는 이제야 깨달았소. 재물이란 바로 물과 같은 것이오.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소이다. 물은 일시적으로 가둘 수는 있지만 소유할 수는 없는 것이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곳을 따라 흐를 뿐이오. 물을 소유하려고 고여 두면 물은 생명력을 잃고 썩어버리는 것이오. 그러므로 물은 그저 흐를 뿐 가질 수는 없는 것이오. 재물도 마찬가지요. 재물은 원래 내 것과 네 것이 없소이다. 이는 물이 내 것과 네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 것과 네 것이 아닌 재물을 내 것으로 소유하려 하고 있소이다. 내 손 안에 들어온 재물은 잠시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오. '
--- p.180
'네 놈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칼을 보여 달라고 해서 보여 주었는데 뭐가 그리 어리둥절하냐.'
' 그 칼이 도애체 어디 있습니까.'
볼멘소리로 임상옥이 따져 물었다.
'좀 전에 보지 않았느냐. 네 놈이 얻어맞아 거꾸로 처박힌 것은 사람을 죽이는 칼이요. 네 놈을 부축하여 일으킨 것은 사람을 살리는 칼이다. 그러니 네 놈은 이미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 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칼을 네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다'
--- p.188
개성 상인 박종일은 남문 성곽 아랫마을의 임씨 집성촌에 들러서야 마침내 임상옥의 행방을 알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다음날 금강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의주에서 임상옥을 찾아내야 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암상옥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찾을 때까지 의주를 떠날 수 없을 만큼 박종일에게는 이 일이 중차대한 일이었다. 임상옥을 찾고 못 찾고는 상인으로서의 그의 운명이 걸린 일이었다. 임상옥을 만나 그에게 전해줄 물건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만약 임상옥을 만나지 못해 그 물건을 전해주지 못한다면 박종일은 그만큼 상인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어 있었던 깃이다.
천신만고 끝에 박종일은 임상옥이 속세를 떠나 입산출가하였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것이 벌써 일년 전. 일년 사이에 임상옥이 또다시 다른 사찰로 거처를 옮겼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금강산 속에 있는 추월암으로 그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종일은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고 올라 마침내 산정에 이르렀다. 그가 임상옥을 만난 것이 기록에 의하면 7월 14일. 7월이면 한여름의 성하. 무더위를 무릅쓰고 산정에 오른 박종일은 산 아래 펼쳐진 너른 만주땅의 벌판을 땀을 닦으며 내려다보았다.
산정에는 대여섯 게의 요사체로 구성된 암자가 우뚝 솟아 있었다. 가파른 계단 위 암자로 들어가는 전문 위에는 '추월암'이라는 현판이 내걸려 있었다. 어림하여 5백 년 이상 된 사찰로 한때 묘향산에 오래 있어서 서산대사라고 불리던 청허 휴정 스님도 젊었을 때 이 암자에서 공부했던 유서 깊은 사찰인 것이다.
---pp.1권 231~232
<육방예경> 중
1. 술에 취하는 일
2. 도박을 하는 일
3. 방탕하여 여색에 빠지는 일
4. 풍류에 빠져 악행을 저지르는 일
5. 나쁜 벗과 어울리는 일
6. 게으름에 빠지는 일
P. 174.6 ~175.20 내용 요약
--- pp.174-175
<육방예경> 중
1. 술에 취하는 일
2. 도박을 하는 일
3. 방탕하여 여색에 빠지는 일
4. 풍류에 빠져 악행을 저지르는 일
5. 나쁜 벗과 어울리는 일
6. 게으름에 빠지는 일
P. 174.6 ~175.20 내용 요약
--- pp.174-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