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책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을 움직이기도 하고 세계사를 만드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읽은 사람이 내용에 감동하거나 감화를 받거나 위기감을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듭니다. ---「들어가는 말」중에서
안네는 죽어서도 우리 마음속에 계속해서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하지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네의 일기』가 있었던 덕분에 이제 막 세워진 이스라엘은 세계 여론의 축복을 받고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요. 안네가 일기에 “강한 사람은 살아남고 결코 지지 않을 거야”라고 썼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벽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일기를 쓰고 있는 소녀가 있지 않을까요? 그 소녀는 이스라엘군의 행동에 겁을 먹는 자신들에 대해 일기장에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1장 안네의 일기」중에서
베버가 마흔 살 때 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종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당시 영향력을 갖기 시작한 마르크스주의는 사회를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로 나누고 하부구조인 경제가 상부구조인 문화나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책은 이에 대한 반론이기도 했습니다. ---「제4장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중에서
동서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초 우리는 세계가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2001년을 경계로 세계는 ‘테러의 시대’에 돌입한 것 같습니다. 빈라덴이나 그 한패의 행동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이슬람교에 대한 신앙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슬람교를 극단적으로 해석한 이론서가 있습니다. 그것이 사이드 쿠틉이 쓴 『진리를 향한 이정표』입니다. 쿠틉의 사상은 세계를 ‘테러의 시대’로 바꾸어 놓았습니다.---「제6장 진리를 향한 이정표」중에서
『침묵의 봄』이 나온 이후 DDT의 피해가 전 세계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1972년에 마침내 정부는 DDT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침묵의 봄』이 나오고 10년이 지나 카슨이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8년 뒤였습니다. 너무 늦은 대응이었지만 카슨의 조용한 고발이 DDT 오염에서 세계를 구한 것입니다.---「제7장 침묵의 봄」중에서
다윈이 주장한 진화론은 그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영향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사회진화론’입니다. 이는 적자생존론을 사회에 단순히 적용시킨 사상입니다. 참혹한 생존투쟁에서 이긴 생물만이 자연선택되어 남습니다.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만이 살아남으며 살아남은 생물은 옳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생각을 당시 자본가들은 반겼습니다. 힘 있는 생물이 살아남듯이 가장 효율적인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이 바로 ‘환경에 적응한 자’라고 생각한 것이지요.---「제8장 종의 기원」중에서
나는 ‘강자의 논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프리드먼처럼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을 만한 정보와 판단력을 지닌 재계 경영자들 같은 ‘강자’에게는 기꺼운 이론이겠지만 적절히 판단할 만큼의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이른바 ‘약자’에게는 상당히 엄한 이론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결국은 ‘경제 격차를 확대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겠지요.---「제10장 자본주의와 자유」중에서
이 책에서 다룬 책들에 관해 마치 저자와 대화하듯 묻고 답하며 읽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작은 즐거움 중 하나이지만, 어쩌면 이 책뿐 아니라 각각의 독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각기 다른 즐거움들도 결코 작지 않은 힘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