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8월에 이루어진 이 녹음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루이 암스트롱은 이미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 최고의 인기 음악인으로 자리를 잡은 뒤였고, 엘라 핏츠제럴드는 여러 무대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보컬리스트로 인기 가도를 누비고 있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제작진들은 적잖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녹음에 임한 음악인들로는 제작자 노먼 그랜츠(Norman Granz)의 사단에서 가장 안정적인 음악성을 선보이고 있던 젊은 연주자들, 예컨대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 기타리스트 허브 엘리스(Herb Ellis) 그리고 베이시스트 레이 브라운(Ray Brown)이 함께 했으며 드럼 스틱을 잡은 인물 또한 진 크루파(Gene Krupa)와 함께 스윙 드럼 연주를 양분하던 또 한 명의 명장, 버디 리치(Buddy Rich)였다는 사실은 앨범의 녹음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뉴스거리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막상 스튜디오 안에 모인 이 연주자들은 하루 동안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십분 활용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음악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앨범 『Ella and Louis』가 시공을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만들어낸 근간이었다. 재즈가 세상 사람들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말끔히 벗겨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면, 나아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같은 작품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엘라 피츠제랄드는 1956년 들어 자신의 음악 경력에 큰 역할을 하게 된 송북(Songbook) 시리즈의 녹음에 돌입해 있었다. 1960년대 초반까지 지속된 이 소중한 녹음 작업들은 비로소 그녀에게 디바(Diva)의 칭호를 선사했고, 꾸준한 작업을 통해 자신의 음악성을 널리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이미 1930년대부터 많은 이들에게 호평받으며 재즈 보컬의 전성기를 예고했던 엘라 피츠제랄드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게 된 데에는 앞서 거론했던 제작자 노먼 그랜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1948년부터 그의 휘하에서 음악 생활을 벌이게 되었던 엘라 피츠제랄드가 루이 암스트롱 같은 이와의 협연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제작자의 안목과 수완이 큰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빈틈없이 정확한 그녀의 음정 처리와 안정적인 감성은 보컬리스트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자질을 타고난 것으로 평가받게 했다. 일반적으로 장조로 이루어진 밝고 경쾌한 스윙 곡들을 잘 소화해낸 것으로 알려진 엘라 피츠제랄드였지만 심지어 어두운 분위기의 발라드를 노래할 때에도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기록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그녀의 음악성을 이야기할 때 매우 중요하게 거론되는 부분이다. 당시의 다른 보컬리스트들이 주로 원곡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급급했던 데 반해 엘라 피츠제랄드는 자신에게 걸맞는 의미를 찾으려 애썼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결국 자기 스타일에 대한 믿음이 그녀를 사라 본(Sarah Vaughan)과 함께 최고 재즈 보컬리스트의 반열에 올린 셈이다.
루이 암스트롱의 입장에서 이 앨범의 녹음 참여는,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루어낸 거장이 중년의 엘라 피츠제랄드와 함께 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한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다. 이는 음악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며 그러한 신뢰의 흔적은 앨범에 담긴 곡들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와 트럼펫 연주는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으며 이미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던 최상의 음악성이 요소 요소에 깃들어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첫 곡인 'Can't We Be Friends'에서의 트럼펫 솔로는 그가 20대에 보여주던 완벽한 톤을 보여주고 있으며 서정적인 발라드인 'Isn't This a Lovely Day'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음색이 놀라울 정도의 조화를 선사한다. 계속되는 곡들을 통해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때로는 곁에 서서 서로에게 화답하며 뛰어난 앙상블을 시도한다. 이렇듯 이들의 음악성은 'A Foggy Day'와 'Stars Fell on Alabama'에서 절정을 이루다가 결국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Cheek to Cheek'에 이르러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앨범에 함께 한 기타리스트 허브 엘리스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녹음에 참여했지만 당시의 연주는 특별히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지만 그 어떤 문제점도 찾을 수 없었다." 대다수의 명작들이 그러했듯, 음악적 신뢰가 모든 것을 해결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엘라 피츠제랄드와 루이 암스트롱은 『Ella and Louis』 이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Porgy and Bess』와 『Ella and Louis Again』, 그렇게 두 작품을 더 녹음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있어 음악 경력의 찬란한 한 순간을 장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이 세 작품을 통해 아마도 다른 재즈 음악인들은 결코 누릴 수 없는 그들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을 것이다. 한 사람은 역사적으로 진정한 재즈 보컬의 장을 열었던 장본인이었으며 또 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맑고 아름다운 음색을 지녔던 디바. 모두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법한 이들의 녹음 장면은 비록 작은 사진 한 장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지만, 지금까지 거쳐온 수십 년의 세월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얻게 될 희망의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이미 우리는 두 사람보다 더 많은 추억을 선사받은 게 아닐까.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이 앨범의 아름다운 의미를 미처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