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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L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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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Lady

김유미 | 오후 | 2014년 1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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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128*188*30mm
ISBN13 9791185687162
ISBN10 1185687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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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들어가 쉬시죠.”
“으, 응.”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
얼떨결에 밤 인사를 건넨 그녀는 그가 훌쩍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뭔가 급하게 마무리된 감이 없잖아 있긴 해도, 얘기를 할 건 다 했으니 상관은 없으려나. 자리에서 일어난 은재는 토방 아래로 내려간 후 퍼뜩 떠오른 생각에 신발을 벗어던지고 마루로 뛰어올라 그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잠깐만!”
그리고 그녀는 셔츠를 벗은 태하를 맞닥뜨렸다.
환한 불빛 아래 탄탄한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한눈에도 몸을 쓰는 일로 건강하게 단련된 것으로 보이는 잘 짜인 상체에서는 강하면서도 유연한 힘이 느껴졌다. 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히는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따지자면 이 집에 와서 재신이 그의 옷을 갈아입힐 때 이미 본 적 있는데도 역시 상황 탓일까. 그때는 이렇게 스스로가 이상할 만큼 동요하지 않았다. 무심결에 빤히 쳐다보고 있던 은재는 다음 순간 콩콩 빠르게 뛰던 심장이 싸늘해지는 걸 느꼈다. 잠시 멈칫했을 뿐 당황하지도 않고 몸을 돌린 태하의 넓은 등이 이쪽으로 훤히 드러났다. 그곳은 한눈에도 알아볼 만큼 빽빽하게 들어찬 온갖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
크고 작은 갖가지 흉터가 은재의 눈에 선명하게 박혀 들었다.
셔츠를 벽의 옷걸이에 걸고 돌아선 태하가 그런 은재를 보고 멈칫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얼마 전 다쳐 거즈를 붙여 놓고 있는 상처보다 훨씬 오래된 게 분명한 그 흉터들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눈에 힘을 주어 제 발끝만 노려보고 있는 은재의 머리 위로 문득 작은 한숨이 얹혔다. 이어지는 사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녀가 참 좋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은재가 퍼뜩 고개를 들자 셔츠를 다시 걸친 태하와 눈이 마주쳤다. 단추는 잠그지 않은 걸 보니 일전에 다친 곳을 보고 놀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아직 모르는 게 분명했다. 은재는 고개를 저었다.
“함부로 들어와서 미안해. 그리고…… 너무 열심히 살았다고 사과할 필요는 없어.”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던 눈빛이 순간 일렁이는 듯했다.
그러나 눈 한 번 깜박할 찰나에 사라져, 그녀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무표정한 그가 어느새 움켜쥐고 있었는지 손을 천천히 펴면서 입을 열었다.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십니까?”
“진짜야! 놀란 건 사실이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게 아니라.”
울컥해서 외치는 은재에게 태하가 요령 있게 끼어들었다.
“왜 다시 저를 찾으셨느냐는 얘깁니다.”
“……아.”
그새 마음대로 화제를 바꿔 버리다니.
은재는 내심 불퉁해졌고 우기는 대신에 당당하게 답했다.
“아직 대답을 못 들었으니까.”
그가 갚아 준 돈이 얼마인지.
주어도 목적어도 빠진 말이었지만 태하의 미간이 희미하게 구겨졌다. 은재는 작은 복수에 즐거워하며 뻔뻔한 얼굴로 버텼다. 지금 듣지 못하면 영영 듣지 못할 것 같아서 방 안으로 들어가 문까지 꼭 닫으며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태하가 한숨을 쉬고는 그녀를 향해 마주 섰다.
“모르시는 편이 나을 텐데요. 아신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잖습니까.”
“왜 없어? 갚을 수 있잖아.”
“……갚으신다고요?”
그는 마치 처음 듣는 말처럼 되받았다. 그녀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어쨌든 우리 집안 사람이 진 빚이고, 네가 적선할 필요는 없으니까.”
“적선, 이라.”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태하가 그녀에게로 성큼 다가섰다.
“그럼 어떻게 갚을 생각이십니까?”
은재는 갑자기 좁혀진 그와의 거리가 너무 신경 쓰여서 금방 입을 열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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