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장공비의 대남침투와 요인암살이 빈발했던 1960년대. 일가족이 몰살당한 ‘김두표 중령 살해사건’ 이후 박정희 대통령과 남한 방첩부대는 대남침투를 저지하기 위한 보복성의 대북침투공작을 비밀리에 준비한다. 작전을 맡은 대위 한창욱은 ‘우리가 아닌 적의 말을 이용한다’는 논리로 생포된 무장공비를 회유하여 침투조로 이용하는 계획을 상부에 제안한다. 마침내 창욱은 네 사람(박태형, 이평래, 백기태, 김현석)의 공비에게 자유와 남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약속하여 대북침투공작팀을 꾸린다. 그러나 훈련기간은 겨우 두 달. 창욱은 공비였던 대원들이 ‘자신을 쏘고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에 시달리고, 공비들은 북으로 돌아갈 수도, 남한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조국은 어디인가’ 하는 번민에 시달린다. 그러나 창욱은 대원들과 인간적으로 교류하며 차츰 그들을 신뢰하게 되고, 공비들 역시 남한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을 꿈꾸며 창욱을 따르기 시작한다. 침투 D-day. 북한군 제13사단장인 ‘장사청의 모가지 따러간다’는 목표 아래 창욱은 대원들을 데리고 야음을 틈타 금성천을 건너 북으로 침투하는데…….
건국 후 약 반세기 동안 남과 북은 열전과 냉전 상황 속에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시절에 있었던 한 사건에 대한 박진감 넘치는 소설이다. 남북의 대결구도가 만들어낸 우리 마음속의 불신. 이 작품의 의미가 바로 불신의 세월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열망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막막한 절망과 분노를 가라앉혔다. - 홍정선 (문학평론가, 前 문학과지성사 대표)
구광렬은 독특한 재능과 열정으로 세상의 가장 깊은 곳과 그늘진 곳의 속살을 노래하는 시인이자, 소설가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여전히 피할 수 없는 분단의 현실, 철조망 지대에 서 있음을 알려준다. 인간의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살아 역사가 되어 가시처럼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 소설의 힘이다. 김영현 (소설가, 前 실천문학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