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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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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여름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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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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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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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6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6.2만자, 약 8.4만 단어, A4 약 164쪽?
ISBN13 979115879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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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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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눈은 마구 짓밟혔고 자동차 바퀴 자국도 여기저기 났다. 지금 오고 있을 과학수사팀에게는 대재난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중요한 흔적이 망가지더라도, 인명구조가 최우선 순위니까.
매디슨 카운티 경찰 한 명이 눈보라를 뚫고 다가왔다. 경찰모가 아니라 귀 덮개가 있는 토끼털 모자를 쓰고 있었다. 검은색 다운파카에 붙어 있는 계급장을 보니 보안관이었다.
“보안관님, 안녕하십니까?”
조던은 그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며 신분증을 내보였다. 매서운 추위에 빨개진 뚱뚱한 얼굴에 얼핏 놀랍다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밝은색 눈동자가 심사하듯 그를 재빠르게 훑었다.
“형사님.”
보안관은 손가락 두 개를 모자에 붙여 인사했다.
“매디슨 보안관 루커스 벤턴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다섯 명 사망, 두 명 중상. 여기서 23년째 보안관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런 빌어먹을 학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누가 총을 쐈습니까?”
“그랜트 집안 아들 중 한 명. 이유는 아직 모르고.”
“체포하셨습니까?”
“아뇨.”
보안관은 고개를 저었다. 조던이 아는 대부분의 경찰처럼, 벤턴 보안관도 경악을 무표정 뒤에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
“누가 그 애한테 총을 쐈어요. 안 그랬더라면 사망자가 더 많이 나왔겠지. 그 애는 람보처럼 무장하고 있었으니까.”
“애라고요?”
조던은 깜짝 놀랐다.
“용의자 에스라 그랜트는 겨우 열일곱 살입니다.”
--- p.16~17

버넌 그랜트는 여기서, 어린 아가씨 방에서 뭘 한 거지? 혹시 바람을 피웠나?
“여긴 누가 삽니까?” 조던이 물었다.
“나야 모르지.”
모자를 벗고 손등으로 이마를 쓸면서 사방을 둘러보던 보안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금 여기 없는 유일한 인물은 딸이에요. 이름은 셰리든. 분명히 도망쳤을 겁니다.”
그의 밝은색 눈동자가 재빠르게 침대로 향했다.
“그 애가 이 사건이랑 관련 있다고 해도 놀랄 건 없지. 아주 매력적인 계집애고, 사실은 진짜 가족도 아니니까.”
“예?”
조던은 귀가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입양아예요. 그랜트 부부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 부모 없는 그 애한테 제대로 된 가정을 준 겁니다. 하지만 그 애는 늘 수상쩍은 사람들을 좋아했어요. 버넌과 레이첼을 힘들게 만들었지.”
“딸은 몇 살입니까?”
“열여섯인가, 열일곱인가…….”
보안관은 다 알지 않느냐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지독하게 매력적인 계집애라고.”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누구 편인지는 명백했다. 하지만 조던은 신중한 사람이었다. 이 방이 입양한 딸 셰리든의 방이라는 것도 아직은 짐작에 불과했다. 하지만 광기어린 살인의 원인이 가족의 비극 때문으로 밝혀지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중년의 버넌 그랜트가 아름다운 미성년자 양딸의 매력에 홀린 걸까? 막내아들이 그 비밀스러운 관계를 눈치채고 엄마에 대한 효심으로 아버지를 쏜 걸까? 말도 안 되는 의심은 아니다. 그게 동기일 수도 있다. 아직은 그저 추측일 뿐이지만, 이런 조각 하나하나를 맞춰가다 보면 언젠가는 전체적인 그림이 드러날 것이다.
--- p.22~23

어딘가에 숨은 스피커에서 유치한 크리스마스캐럴이 흘러나왔다. 배부르고 따뜻해서, 페어필드를 떠난 뒤 처음으로 낙관적인 기분 비슷한 게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때 계산대 옆쪽 텔레비전 화면이 내 눈길을 끌었다. 하얀 눈밭에 노란 경찰 저지선과 경광등을 켠 경찰차들이 있었다. 눈 덮인 농가를 조망하는, 헬리콥터에서 찍은 듯한 화면도 보였다. 모피 모자와 다운파카 차림에 코가 빨갛게 언 여자 기자가 등장해 마이크에 대고 무슨 말인가를 했다. 그다음에 앵커 두 명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스튜디오 장면이 이어졌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재난은 크리스마스라고 봐주지 않는다. 도넛을 한입 베어 물며 다시 지도를 보려는데, 텔레비전 화면에 젊은 여자 사진이 나왔다. 지난여름 학교에서 찍은, 매디슨고등학교 앨범 사진이었다. ‘나’였다! 나는 기절할 듯 놀라 화면을 노려봤다. 내 이름과 기사 제목이 보였다.
윌로크릭 학살 사건. 네브래스카 주에서 크리스마스 아침에 벌어진 가족의 비극. 다섯 명 사망, 두 명 중상. 실종자 셰리든 그랜트.
두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손에서 도넛이 떨어졌다.
“끔찍하네. 안 그래요? 정신 나간 촌놈이 가족을 다 죽였대요.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기척도 없이 내 옆에 불쑥 나타난 종업원이 말했다.
복잡한 생각들이 퍼즐 조각처럼 머릿속을 떠돌다가 소름 끼치는 하나의 장면으로 뭉쳤다. 다섯 명 사망! 당연히 내가 아는 사람들일 텐데, 다섯 명이나 죽다니! 내가 농장을 떠난 뒤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 p.31~3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열일곱 살 셰리든 그랜트가 고향을 떠나던 밤, 막내오빠 에스라는 아버지와 다른 오빠들을 총으로 쏘아 죽인다. 끔찍한 존속살인의 유력한 참고인으로 수배된 셰리든은 결국 붙잡혀 고향으로 끌려오고, 의붓오빠들을 유혹한 배은망덕한 입양아로 손가락질을 받는다. 셰리든은 온갖 오명을 뒤집어쓴 채 다시 고향에서 도망치지만, 지독한 인생의 여름은 좀처럼 소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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