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문법을 먼저 학습해야 합니다. 자동차의 모든 부품과 기능을 알고 있어야만 운전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차량의 세부적인 지식들은 운전을 하면서 점진적으로 익혀도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외계어 같은 문법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 줘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어야 습득이 되겠지요? 이 책은 두 가지 기준, ‘꼭 필요한 내용’만을 ‘아주 쉽게 설명하자’는 것을 모토로 집필하였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도 다이어트 영문법으로 지었습니다. 문법의 군더더기를 뺀 필수 영문법만 배워 보자는 의미입니다. - 프롤로그
재귀 대명사는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재귀’라는 말을 영문법을 배울 때를 제외하고는 들어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용어 자체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공부하는데 재미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외운 것이 얼마나 오래가겠습니까? 재귀의 재는 ‘재도전’할 때再다시 재 이고, 귀는 ‘귀향’할 때 歸돌아갈 귀 입니다. 풀이하자면 재귀대명사는 ‘다시 돌아온 대명사’라는 뜻인데 이마저도 완벽하지 않은 줄임말이기 때문에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빠진 부분을 채워 넣으면 「재귀 대명사는 주어가 다시 목적어로 돌아온 대명사」란 뜻입니다. 이는 ‘재귀 용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더 쉽게 설명하면 재귀 대명사는 주어와 목적어가 동일한 인물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He killed himself. 그는 자살했다.
재귀 대명사를 대표하는 유명한 문장입니다. 재귀 대명사는 주어와 목적어가 동일한 인물을 지칭하니 ‘그가 스스로를 죽였다’, 즉 ‘자살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himself를 him으로 바꾸면 주어와 목적어가 동일한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주어가 다른 누군가를 죽인 게 됩니다. P40-41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걸 누가 모르나, 선행사가 사람이면 who/whom, 사물이면 which, 둘 다 쓰는 건 that 아냐?” 그러나 “사람 다음에는 왜 who/whom을 씁니까?”라고 물으면 우리는 다시 의사 앞에 앉아 있는 착한 환자처럼 태도가 변합니다. 둘 다 쓸 수 있는 that이 있는데, 도대체 왜 사람 앞에는 who/whom, 사물 앞에는 which를 써서 배우는 사람을 힘들게 만들까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어민의 사고방식을 조금 엿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양인과 서양인은 외모만큼이나 생각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예컨대, 반장 선거에 후보로 나온 사람이 “제가 여러분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뽑아 주신다면 열심히 한 번 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우리는 ‘저 친구 참 겸손하고 인성이 바르네.’라고 생각하지만, 원어민들은 ‘그렇게 부족한 사람이 왜 나왔을까?’라고 생각한답니다. 요즘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이 높아졌지만 생각의 기저에는 결코 바뀌지 않는 사고의 틀이 존재합니다. P61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들은 축약될 때가 많습니다. 요즈음 우리말에서도 줄임말 현상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야간 근무’보다는 ‘야근’이 더 익숙합니다. ‘불타는 금요일 저녁’을 줄여서 ‘불금’, 심지어 우리말과 영어를 함께 줄이는 퓨전 줄임말도 있죠. ‘재미가 없다’는 ‘노잼’, ‘답이 없다’는 ‘노답’으로 줄여 말합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선생님이 어느 때부턴가 ‘샘’으로 불립니다. ‘야간 자율학습’을 ‘야자’로, ‘문화 상품권’을 ‘문상’으로 표현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많이들 그렇게 사용하니까 이제는 그게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들립니다. 언어란 그런 것이죠.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그게 기준이 되어 버립니다. 영어에서 what이 그렇습니다. 「선행사와 관계대명사를 합쳐서 what으로 사용」하고, 해석은 ‘~ 것’으로 합니다. P73
영문법에서 단 한 가지만 선택해서 가르쳐야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시제를 선택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문장에 주어와 동사가 있는데, 각각의 동사는 시제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제를 모른다는 것은 모든 영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시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렴풋이나마 느껴지나요?^^ P89
영어 시간에 ‘have + p.p.’라고 들었던 기억이 날 것입니다. 이 ‘have + p.p.’가 현재완료의 형태입니다. 도대체 이 ‘have + p.p.’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것 때문에 영어가 싫어진 사람도 꽤 많이 있을 겁니다. 그래도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 p.p.란 녀석하고 조금 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p.p.(과거분사)란 동사가 형용사로 변한 것인데,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될 것입니다.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이 p.p.는 이해하기보다는 많이 접해서 ‘익숙해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사실 공부를 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밥을 하는 데도 필요한 시간이 있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너무 빨리 끝내려고 하면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P98
많은 문법책에서 수동태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동태를 왜 쓰는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그냥 능동태만 쓰면 되지, 왜 수동태란 걸 만들어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을 귀찮게 하느냐 이 말입니다. 도대체 수동태는 왜 쓰는 걸까요? 영어에서는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바로 중요한 것을 앞에 쓰는 것입니다.
We made the car. 우리가 그 차를 만들었다.
위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차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억양과 표정을 통해서 차를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문장에서는 앞에 있는 것을 강조한다고 보면 됩니다. P113
5형식이라고 배워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주어, 동사, 목적어, 보어 이런 것들을 나열하면서 완전 자동사니, 불완전 타동사니 했던 문법용어도 들어 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5형식은 꼭 배워야 할까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다 5형식을 마스터했을까요?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남은 인생을 한국에서 살 계획이라면 알아 두면 좋습니다. 사실 5형식을 몰라도 영어를 잘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시간 동안 영어를 읽고 듣고 말하고 쓰면 5형식이고 문법이고 관계없이 영어를 잘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수업 시간 이외에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희박한 환경에서는 5형식에 관한 지식이 여러분의 영어실력을 더 빨리 늘게 해 줄 것입니다. 단, 5형식이 마치 특별한 비법인 것처럼 5형식만 알면 영어 공부는 끝이라고 생각하거나, 굳이 몰라도 되는 어려운 문법 용어를 계속 공부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영문법에서 5형식의 효용 가치는 간단합니다. 5형식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문장 전체의 구조 파악을 보다 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P125
_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