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것인가?’란 문제에 매달려 치열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이내 곧 바닥이라는 원점에 돌아와 있곤 했다. 그 이유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도서관에서 매일 살다시피 한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어떤 문제에 너무 매달려 살면, 평생 그것에 갇혀 그 문제를 안고 살게 된다는 것이다. 제자리에서 맴돌게 되는 그런 운명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삶의 방향을 정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 어릴 적 꿈이었던 세계적인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다시 가슴속에 품는다. 희망의 전사 장수풍뎅이 H502 이야기는 가슴 속에 품었던 꿈의 일환이자,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 자신의 경험을 녹여 만든 이야기다. 그녀는 “우리는 인생의 끝없는 고난 속에서 좌절하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우리 내면에는 이미 고난을 극복할 힘이 내재해 있어요!”라고 목소리 높여 말한다. 그 힘을 믿고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간다면, 인생의 다양한 선물과 신이 마련한 보물을 만나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 1974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났다. 동국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캐나다에서 6년간 거주하였는데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거의 빈털터리 상태였다. 결국 길바닥으로 쫓겨나는데 그때부터 죽기 살기로 돈을 벌었다. 어느 정도 먹고살 정도가 되었을 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나는 쇼핑보다 경매투자가 좋다』를 쓰게 되었다. 현재는 강연과 강의를 하면서 어릴 적 꿈이었던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 위해 글 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단 1%도 없어 보이는, 상자 안에 갇힌 한 장수풍뎅이의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끔찍한 상황에 놓인 장수풍뎅이는 깊은 절망에 빠져 상자 안에서 잘 살아가지도 그렇다고 탈출을 꿈꾸지도 못한 채 오랫동안 방황하게 된다. ---「저자 서문」중에서
아무도 그가 이렇게 무섭도록 자신을 단련해 왔다는 것을 보지 못했기에 무모했다거나 한 번쯤 운이 좋았다거나 아니면 숨겨왔던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들을 하는 것이다. 그는 원하는 자신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해왔던 것이다. 그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게 되자 H502 자신은 G240처럼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 p.101
“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황하는 것도 때론 필요한 일이야. 오히려 그런 고민을 충분히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일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안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것도 필요한 과정일 수도 있는데 말이야.” --- p.118
“아주 사소해 보일지라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간다면 그 사소한 것이 때론 우리를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어. 보이는 위험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치명적일 수 있어. 그래서 늘 조심해야 하는데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무척 답답해. 그러니까 너도 조심했으면 좋겠다.” --- p.128
죄도 없는 풍뎅이가 억울하게 잡혀갔는데도 그를 도와주려고 나서는 풍뎅이들이 없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몹시 낙담한 채 거처로 돌아와 보니 친구들도 풀이 죽어 앉아 있었다. 이제 남아 있는 희망이라곤 G240밖에 없었다. --- p.152
이전에 G240이 그에게 ‘존재는 의미를 두는 것으로 삶의 고통을 이겨낸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 풍뎅이들은 Q355로부터 그 의미를 얻고 있었던 것이다. 각자 의미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했는데 H502는 그 말의 뜻이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었다. Q355에 대해 갖고 있는 신념이 그들을 죽음도 두렵지 않게 하는 것이다. --- p.188
풍뎅이들이 상자 속을 날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육풍들은 작은 풍뎅이들을 제압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한꺼번에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그들을 힘으로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젤리를 먹는 규율도 무너졌다. 턱수염이 젤리를 상자 속에 넣어 주면 풍뎅이들이 한꺼번에 날아들어 먹어 댔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작은 풍뎅이들도 덩치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육풍들의 기세는 점점 더 위축되어 갔다. --- p.202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 그냥 눈앞에서 멍하니 그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p.204
하지만 상황과 달리 Q355 덕분에 H502의 마음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또 다른 기회가 왔을 때는 그 기회를 꼭 잡으리라는 굳은 결심이 생겼다. 열심히 단련하며 때를 기다리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그의 곁에 아무도 없게 되고 가장 절망적인 상황이 되자 비로소 탈출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생긴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 p.205
“억울해할 필요는 없어. 그렇게 보인다는 건 네가 다른 풍뎅이들에게 그렇게 보이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기 때문일지도 몰라. 그 부분에 대해선 너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 p.208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마음을 먹었다면 언제든지 쉽게 저 뚜껑을 열고 나갈 수 있었을 거야. 그런데 우린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어. 여기서 나갈 기회를 늘 가까이에 두고도 우린 방법이 전혀 없다고 믿었으니까.” --- p.213
“지금 난 그것도 무척 곤혹스러워. 내가 별 볼 일 없는 풍뎅이일 땐 아무도 나의 친구가 되어 주려고 하지 않다가 내가 그들에게 이익이 되니까 나를 좋아한다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야.” --- p.216
“G240, 힘을 내. 네가 그동안 꿈을 위해 오랫동안 단련해왔기 때문에 지금 투전에 나가서도 잘 싸울 수 있는 거야. 네 덕분에 많은 풍뎅이가 배부르게 먹을 수도 있게 되었어. 그런 너를 친구로 진심으로 생각하는 녀석들이 분명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친구들을 위했던 마음을 언젠가는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때가 반드시 올 거야.” --- p.217
단련을 시작하면서부터 몸이 아주 가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순간순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늘 갖고 있던 불안감도 훨씬 줄어들게 되었다. --- p.227
“노력과 상관없이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인지 나도 확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너를 보았을 때 지금의 상황은 네 노력도 한몫했다고 생각해. 네가 현재 비록 꿈꾸던 것들을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고 하더라도 처음에 네가 그 꿈을 꾸면서 노력했던 행동들 덕에 너의 인생의 흐름이 이미 방향을 잡았던 건 아닐까? 그래서 처음 너의 행동들이 씨앗이 되어 그 뒤에 따라올 결과들이 지금 현재 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지도 몰라. --- p.231
“그래, 우리 마음에도 S222와 같이 알게 모르게 다가와 달콤한 말로 속삭여서 우리가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소리가 있는 것 같아. 그런 속삭임의 소리를 처음부터 솎아내지 않으면 나중에 온통 그런 소리로 머릿속이 가득 차서 이성이 마비되어 결국 자신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 녀석 같은 존재가 나의 마음에도 있는지 늘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 p.234
‘그랬더니 나의 앞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내가 머릿속에 그린 대로 나의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어. 너도 이제 너만의 좋은 꿈을 꾸어 보길 바란다. 하지만 기억해야 해! 그러기 위해선 너의 용기가 필요해! 너의 용기만이 그 힘을 얻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어!’ --- p.252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러한 상황에서 탈출의 가능성을 믿으며 숲으로 가는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할지, 아니면 처한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야 할지를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H502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의 오랫동안의 모습이기도 했다. ---「에필로그」중에서
요즘은 희망을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희망을 품어 봤자 소용없다고 말한다. 나도 살아가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삶을 포기하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든지 더 나은 삶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이미 우리 안에 내재하여 있음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H502’라는 번호의 H는 Hope의 H이며, 사다리 모양의 H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리고 502는 손오공의 ‘오공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