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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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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박물관

: 실연에 관한 82개의 이야기 헤어짐을 기증하다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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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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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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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42.13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5.7만자, 약 1.8만 단어, A4 약 36쪽?
ISBN13 978895096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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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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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헤어짐의 끝은, 다른 사람과의 다른 인연으로 저에게 가슴 아픈 상처를 줬지만, 어찌 보면 나약했던 저의 마음속에 단단함을 안겨주었던 그 아이. 그 시절 그때에는 몰랐던 것들을 지금에서야 하나둘 더 소중함을 느낍니다. 가끔씩 꺼내어 읽어봅니다. 그리고 또 떠올립니다. 그때의 너와 그때의 너의 생각과, 그때의 나를 향한 너의 마음, 그리고 그때의 전, 누구보다 큰 사랑을 받고 있었음을. 그렇게 소중한 책 한 권이, 지금까지도 그 사람에 대한 저의 작은 박물관입니다.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중에서

깡마른 몸에 털이 듬성듬성해 볼품없는 개를 가방에 담아 산책길에 나서면 마주치는 누구도 예쁘다는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개는 불쌍하고 측은하기보다 멋있었습니다. 차마 다 버리지는 못한, 십자 모양의 칼집이 난 기저귀들을 보며 우리 가족은 죽은 개를 기억하고 그 강한 생명력과 단정한 작별을 떠올릴 겁니다. 가장 좋았던 모습으로 간직하는 건, 이별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배려니까요. 잃었음을 슬퍼하는 대신 함께 있었음에 감사하면서 말이죠
---「 우리 집 강아지 호두」중에서

이제 나는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블랙베리에는 그녀와 나눴던 마지막 대화가 남아 있다. “먼 훗날 죽음을 앞뒀을 때 너와 인생을 함께 보내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할 것 같다.” 그녀와의 사랑을 통해 깨달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후회할 걸 알면서도 놓아야 하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그렇게 블랙베리는 영영 꺼져버렸다.
---「 그녀와 나의 블랙베리」중에서

울고 있는 내게 누군가 말을 했어오. “꼭 다시 돌아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딸만 하나 남겨두고. 1947년부터 1954년까지 7년 7개월 동안 이어졌던 제주도 4·3사건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떼어놓고 말았습니다. 아마 그때 이 빵의 온기라도 전해졌을까요?
---「 마지막 빵」중에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사망진단서를 들고 가서 휴대전화를 해지했습니다. 해지하기 전 문자보관함을 보았는데 저에게 적다 만 문자들이 10여 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지한 휴대전화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저에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 모토로라 휴대전화」중에서

그때 그 대문도, 골목도, 동네도,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직도 우리 주변의 많은 동네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마을이, 집이, 송두리째 부서져 간다. 찾고 싶지만 찾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의 동네의 흔적. 우리는 매일 새로움을 찾아내 흔적들과 이별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파란 대문」중에서

다시는 그를 위해 요리를 할 일도, 그가 앉을 자리에 이 수저를 가지런히 놓아줄 일도, 빨리 오라고 기다릴 일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할 일도, 하나 남은 반찬을 두고 서로 먹으라고 실랑이할 일도 없겠구나. 이 관계는 끝났고, 이 물건은 영영 주인을 잃은 채로 남겨지겠구나 하는 생각들로…
---「 당신의 수저」중에서

사람은 한 번 만나면 헤어진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예외 없이 변한다. 어쩌면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인간의 죽음이 자명한 것처럼 사람들의 관계 역시 끝나게 마련이니까.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자연스럽다는 말이 평온이나 부드러움과는 가장 먼 거리의 말임을 잘 안다.
---「 미발표 원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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