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여인을 '재현' 시키려는 스카티의 집요한 노력이 결국 사실은 죽지 않았던, 곧 1인 2역을 해왔던 상대방을 실제로 죽게 만드는 설정에서 히치코크는 '강박관념'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사랑을 그려낸다. 여기에 주인공의 고소공포증이라는 또 하나의 강박관념이 덧붙여지고, 사립탐정이라는 주인공의 직업 또한 히치코크 영화의 단골 주제인 '엿보기(혹은 관음증: voyeurism)'와 연결된다.
--- p.45
시네마는 그러나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대개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하나는 다양한 도시공간을 게릴ㄹ처럼 뚫고 들어가는 소극장들의 출현이었고 또 하나는 '구경거리'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테크놀러지들이 기존의 극장에 덧붙여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두 경향은 그것들의 현대성과 첨단 기술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오늘날의 영화와 관객과의 관계를 영화 초창기의 그것에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
우리가 영화라고 부르는현상은 다양한 이름들을 또한 가지고 있다. 그것은 물체로서 존재하며 '필름'이라 불리우고 움직임을 보여주는 구경거리로서 활동사진=무비라 불리운다. 그리고 극장의 이름이던 시네마는 영화의 다른 이름으로 쓰이면서 영화가 관객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되풀이하여 상기시킨다.
--- p.10---pp.8-19
스펙터클(spectacle)은 구경거리로서의 영화를 강조하는 용어이다. 스펙터클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구경꾼(spectator)이 있어야 하는데, 영화의 구경꾼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관객'이라 부르는 사람들, 곧 우리 자신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저 그런 구경거리가 아니라 때로는 우리들의 넋을 빼앗는 매혹적인 구경거리이다.
--- p.27
도시에의 이름으로 이 글들을 처음 쓸 때의 의도는 영화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다양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하는 데 있었다. 한 권의 책으로 엮고 보니 그러한 궁금증들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을 만큼의 '너비'는 갖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영화를 보고, 읽고, 생각하는 '깊이'일 텐데, 그것은 독자들 각자의 몫으로 남기는 수밖에 없으리라.
처음부터 한 권의 책을 의도하고 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 실린 글들은 전체로서 엄격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차례를 죽 훑어보고 가장 끌리는 장부터 읽어나가는 독서법을 권하고 싶다. '창조적'으로 이 책의 내용을 활용해 주길 독자에게 부탁하며, 우리들 모두의 삶에 어쩔 수 없이 들어와 박혀 있는 영화라는 문화현상을 '체험'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머리에서)
--- p.
<영웅본색1>은 검술 영화에 대한 노스탈지아를 홍콩의 당대풍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던 오우삼 감독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리고 서극의 기획력, 정소동의 액션 연출-헐리우드 영화와는 구별되는 진정한 의미에서 '안무'라 불리워져 마땅한- 주윤발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영웅의 발견이 그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하였다.
--- p.208
<영웅본색1>은 검술 영화에 대한 노스탈지아를 홍콩의 당대풍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던 오우삼 감독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리고 서극의 기획력, 정소동의 액션 연출-헐리우드 영화와는 구별되는 진정한 의미에서 '안무'라 불리워져 마땅한- 주윤발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영웅의 발견이 그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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