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2012년 단편청소년소설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로 제10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2014년 장편동화 『기억을 지워 주는 문방구』로 제11회 건대창작동화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동화 『9.0의 비밀』, 청소년소설집 『옥상에서 10분만』이 있다.
“꿈은 뭐니?” 그의 말투에는 아무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뭐랄까, 모욕당한 느낌? 나는 치고나오려는 성깔을 꽉 누르며 콧김만 세게 내쉬었다. 물론 멘토는 내가 콧김을 내쉬든지 콧물을 흘리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 p.14
현우의 입술이 거의 지희의 얼굴에 닿으려고 할 때였다. 현우가 왼손으로 지희의 오른쪽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왼쪽 어깨를 잡으려던 오른손이 미끄러지면서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그러고는 지희의 가슴에서 멈췄다. 지희의 가슴 위에 현우의 손이 얹, 혀, 져 있는 것이다. 순간 지희는 발끝에서부터 머리끝으로 찌리릿 하고 기분 나쁜 전기가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 p.63
이쪽저쪽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번쩍거리는 불빛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었다. 통증은 느끼지 못했다. 링에 선 선수에게 통증보다 무서운 것이 두려움이다. 나는 두려워졌다. 한유리의 주먹이, 아니 사람들이, 한유리 편에 있는 사람들이 두려워졌다.
--- p.106
그림자와 놀면 그림자가 된다. 그래서 아무도 그림자와 놀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그냥 그것이 아이들 사이의 규칙이었다. 학교에 들어갈 때 운동화를 실내화로 갈아 신듯이. 윤이 그냥 그림자에 머물렀더라면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가 생긴 건 그림자가 밀고자가 되었을 때였다. 그림자에게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지만 밀고자에게는 말을 걸었다. 정확히 말하면 시비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