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냉철히 한 번 깊이 생각 좀 해보자. 우선 가역, 불가역 할 때 ‘역逆’이란 한자 거스를 ‘逆’을 바꿀 ‘易’으로 대치해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동물처럼 바꿀 수 없는 불가역不可易의 삶을 살지 않고, 창조적 가역可易의 자유라는 엄청난 특전을 받은 우리 인간이라면, 이보다 더한 축복이 있을 수 있을까. 이야말로 인간에게 부여된 권리이자 의무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선택 받은 인간으로서의 우리 실존 ‘What we are’이 조물주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면, 우리의 당위 ‘What we become’는 우리가 우리의 조물주에게 바치는 우리의 선물이 돼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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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좋아할 일이 어디 한 둘인가. 사람도 좋지만 동물, 식물, 광물 다 아름답지 않은가. 하늘도 땅도, 해와 달과 별도, 산도 바다도, 눈, 비, 바람, 구름도, 벌, 나비, 새도, 잠자리와 반딧불이도, 풀과 꽃과 나무도, 세상에 신비롭고 경이롭지 않은 게 어디 있으랴. 그 무엇보다 비록 찰나적이나마 네가 있고 내가 있다는 이 기적 이상의 축복을 만끽해 누려보리라. 이렇거늘 어찌 우리가 단 한 시라도, 단 한 가지라도, 언제 어디에서든, 무엇이고 당연시 할 수 있겠는가. 눈을 떠도 감아도, 숨을 들이쉬어도 내쉬어도, 살면 살수록, 사랑하면 할수록, 와도 와도 닿는 데 없고, 가도 가도 끝 간 데 몰라라. 아, 이 벅찬 감격 어찌 다 감당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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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한 해는 365일이니 우리가 1년만 산다고 해도 365번 환생을 하는 셈 아닌가. 그러니 하루살이 인생을 매번 새롭게 365회나 살아보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우리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넋두리를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매일같이 날이면 날마다 다시 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린 날로 새롭게 달리 살아봐야 하리라. 우린 같은 숨을 두 번 다시 쉬지 않고, 같은 꿈을 두 번 다시 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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