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분 정리의 힘
결국 정리는 배려이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정리는 저절로 실천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나를 사랑하자’고 마음먹는 것으로 일과 인생에 대한 애정이 충분해지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나는 오히려 정리라는 행동을 하면서 시작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거창한 정리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진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불필요한 물건은 없애고, 소중한 물건은 꺼내서 쳐다보고 만지게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물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기고,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과 남에 대한 배려로 확장하게 된다. 사람이 가장 변화하기 어려운 방법은,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실행할 때 진정한 변화가 생긴다.
정리 컨설턴트로서 사람들을 만날 때 은근히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혈액형이 무엇이세요” 혈액형이 무엇일 것 같으냐고 반문을 해보면, 대체로 “정리를 잘하시니까 A형이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정리와 상관없을 것 같다고 예상하는 B형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정리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듯하다. ‘저 사람은 원래 정리를 잘했겠지, 나는 원래 정리를 못하는 걸…….’ ‘내 성격상 정리는 잘 안 맞아.’ 하지만 정리력은 혈액형이나 유전자처럼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정리 컨설턴트를 직업으로 삼은 나도 처음부터 정리를 잘한 것은 아니었다.
정리는 결코 날 잡고 하루 만에 할 수가 없는 활동이다. 미뤄왔던 시간만큼 얼마나 엄청난 짐이 축적되어 있겠는가. 정리 컨설턴트 또한 오랜 시간 정리법을 연구해 온 전문가임에도, 집 전체를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꽤 어수선한 집의 경우 컨설턴트 4~5명이 3일간 꼬박 붙어서 정리해도 빠듯하다. 이런 일을 혼자서, 하루 만에 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 조금씩 정리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짧은 시간에 의외로 넓은 공간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정리하는 습관 자체를 길러주기 때문에 원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고 계속 정리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과 물건에는 목적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물건이나 공간을 소유하면서도 그것의 목적을 부여하지 않거나, 있었어도 잊어버린다. 공간을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불필요한 물건이 늘어나게 된다. 화장대는 화장하기 위해 마련한 것인데, 어떤 집의 경우에는 화장품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화장품 창고나 화장품 쓰레기통 같은 공간으로 방치한다. (…) 물건을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이 물건을 왜 가지고 있을까? 이 물건은 어떤 용도인가?’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의 공간은 고인 물이 아닌 흐르는 물과 같다. ‘순환’이 아닌, ‘흐름’을 만드는 것, 이것이 공간 정리의 핵심이다. 흐름이란, 물건이 들어와서(input) 제대로 나가게(output) 하는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하나 들어오면 다른 하나가 반드시 나가야 한다. 들어온 물건은 다음에 사용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수납이 되어야 하며, 사용한 물건도 다음에 또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청소가 되어야 한다. 사용한 물건이 오래되거나 헤져서 사용할 수 없으면 공간 속에서 빼내야 한다.
MBC의 「경제매거진」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시간 정리 컨설팅을 의뢰받아 촬영을 한 적이 있다. 의뢰인은 재무컨설턴트로 최근 부쩍 일이 많아져 거의 날마다 야근을 해야 했고, 집에 돌아가면 아이들을 챙기느라 자신을 위한 시간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에 얼마나 일하시냐고 여쭈어보니 12시간 정도 일한다고 하셨다. 나는 준비한 시간 가계부 시트를 꺼내어 그 자리에서 지난 일주일간의 시간을 작성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분명히 하루에 12시간을 회사에서 지냈지만, 시간 가계부를 통해 파악된 업무 시간은 겨우 4시간에 불과했다. (…) 재테크의 기본은 가계부를 쓰는 것이듯, 시간 정리의 기본도 시간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특히 바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수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맥 정리를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인맥을 정리한다’라고 하면 너무 계산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맥 정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영업사원의 일 같은 이미지, 몇 백 명의 사람과 알고 지내야 할 것 같은 이미지 등을 떠올린다. 또한 “지금도 잘 사는데 굳이 인맥 정리가 필요할까”라는 반문이 드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인생에서 성취하는 것의 대부분은 내가 아는 사람과 나를 아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사업을 하거나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지내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내 핸드폰엔 한 때 1,500명이 넘는 연락처가 있었다. 핸드폰을 바꿀 때마다 연락처를 옮기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연락처를 하나씩 보면서 최근 소홀했던 분들에게 연락을 하려 해도 연락을 한동안 너무 안 해서 갑자기 연락하기 민망한 사람들이 많아 연락처를 보는 것만 해도 스트레스였다. 어느 날, 굳은 결심을 하고 6개월 동안 연락하지 않은 사람을 몽땅 지웠다. 핸드폰 연락처에 자주 연락하는 분들만 남아 있을 때의 그 상쾌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가벼워진 연락처를 보며, 소중한 분들을 더 잘 챙기고 연락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인맥과 작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더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신경을 쏟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