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8년 전에 일본에서 ‘직원들의 유토피아 경영’으로 유명한 야마다山田昭男 미라이공업 사장을 초청하여 인간존중의 경영 현장사례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세미나를 코엑스에서 개최한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었던 사례발표라 500여 명이 참석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그 당시 참석자들은 물론 함께했던 경영학 교수님들까지도 입을 모아 그러한 경영방식은 “선진국 일본이니까 충분히 가능한 사례일 것이다.”, “과거 연극배우였던 야마다 사장이니까 저렇게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인사방식이 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필자가 주축이 되어 4년 전 시작한 [한국형 인사조직 연구회]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인사제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도 미라이 공업처럼 ‘직원중심의 경영, 직원이 행복한 회사’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있다. 즉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해답이 있다는 것인데, 한국형 인사조직 연구회가 연구 방향을 잡기 위해 시작한 현장 방문을 통한 ‘직원이 행복한 회사 사례연구’는 이러한 의미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더구나 우리 기업들은 해방 이후 50여 년 동안 일본식 인사조직을 운영하다가 IMF 이후 미국식 성과주의를 도입한 지 20여 년에 이르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등 밝은 빛도 있었지만 세월호 사고나 땅콩 사건에서 드러나듯 성과주의나 승자독식의 폐해 등 그림자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비판 역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산 토박이 회사들도 직원이 행복한 회사, 인간 존중을 몸소 실천하는 회사 20개를 발굴하여 정리한 보고서 내용 중에서 대표적인 9개 회사를 출판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사례집에 들어가 있는 미국의 GWPGreat work place 1·2위 기업인 구글과 SAS, 일본의 미라이 공업,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싸이보즈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는 우리 기업들의 사례에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필자는 꼭 밝히고 싶다.
기업은 주주, 직원, 고객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중 기업은 누구를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옳은 것일까? 두뇌(창의)와 열정이나 감성 같은 마음의 능력이 크게 요구되는 경영 환경에서 앞으로는 ‘직원’에게 최우선 순위를 두는 기업이 가장 이상적인 기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을 행복하게 할 수 있고, 고객이 행복해야 이익이 많이 남아 주주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행복하면 고객, 주주 모두 행복할 수 있으니 직원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되었다. 그래서 훌륭한 일터 만들기 GWP가 크게 대두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본주의 경영’,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이 요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캔자스주립대 경영학과 토마스 라이트 박사 팀은 근로자의 정신적 웰빙과 직업 만족도가 회사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행복하다고 느끼는 근로자가 있는 직장은 생산성이 10~25%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직원 행복이 결국 회사의 성공 또는 실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미국 GWP에서 발표한 자료들에 따르면 행복한 일터가 구현되면 구성원들의 이직률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직무몰입을 통하여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률이 제고되며 궁극적으로 고객만족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일하기 좋은 기업 Top 10 기업의 평균 이직률은 2%로 포춘 500대 기업들보다 2.99배의 높은 성과창출을 이룬다고 한다. 이제 일만 열심히 하는 단순한 직장職場이 아니라 ‘Dream(꿈터), Happiness(행복터), Fun(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 연구기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내년에 ‘3050’클럽에 가입하는 세계 일곱 번째 국가가 된다고 발표하였다. 즉 국민소득 3만 불에 인구 5천만 명이 넘는 국가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같은 제품들을 생산하는 경제대국이고, 60년대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처음으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행복 관련한 지표는 세계 최하위권에서 맴돌고 있고 행복으로 따지면 최빈국 수준이다. 그야말로 Happiness hungry 국가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을 비교한 지표에는 한국은 노동시간 2위, 산재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국민행복지수 33위를, ‘삶의 질 지수’는 조사 대상 135개국 중 한국이 75위를 기록했다. 필리핀(40위)이나 이라크(73위)보다도 낮다.
왜 우리 국민은 높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은 이렇게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살아야 하는가? 드디어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 더 이상의 외면은 책임방기다.
이제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성공의 기준이 경영자들이 정한 성과나 목표의 빠른 성취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경영자들이 재능 있고 창조적인 사람들로 둘러싸여 그들과의 깊은 교류를 구축할 수 있는가에 맞춰지고 있다. 재능 있고 창조적인 사람들과의 관계를 먼저 구축해 놓으면 그 안에서 상상할 수도 없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큰 성과도 저절로 따라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팀과 일한다.”
H&M그룹의 대표 칼 요한 페르손의 말이다. 이제 회사의 경영도 모든 결정을 최고경영자CEO 혼자 내리고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외로운 관계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재능 있고 창조적인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그 안에서 의논과 결정을 함께하여 경영자들도 부담이 줄고 고독감도 덜면서 함께하는 시대다.
‘직원 중심의 경영, 직원이 행복한 회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 아직 많은 실험을 앞둔 ‘미생’ 단계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행복하다’는 의미가 무턱대고 잘해주고, 복리후생이 넉넉한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잘나가는 회사는 따뜻함과 함께 엄격함이 존재해야 하고, 개개인이 회사 일에 몰입함으로써 개인의 성장과 함께 회사의 동반성장까지 담보할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의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상학자 로렌츠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처럼 아무쪼록 이 훌륭한 사례들이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우리 기업들의 CEO들을 폭풍처럼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016년 설날 아침에
한국형 인사조직 연구회 회장 가재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