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강원도 홍천 출생으로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동행]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및 김유정문학촌장으로 있으며, 소설집 『아베의 가족』,『우상의 눈물』,『바람난 마을』,『하늘 아래 그 자리』,『우리들의 날개』,『형벌의 집』,『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사이코』,『온 생애의 한순간』,『남이섬』, 장편『유정의 사랑』,『길』,『불타는 산』,『늪에서는 바람이』 등이 있다. hongun262@hanmail.net
“어머이! 그거 달아났에유 내 옷도 없고…….” “응?” 하고 반마디 소리를 치며 얼떨김에 그는 캄캄한 방 안을 더듬어 아랫간으로 넘어섰다. 황망히 등잔에 불을 대리며 “그래 어디로 갔단 말이냐?” 영산이 나서 묻는다. 아들은 벌거벗은 채 이불로 앞을 가리고 앉아서 징징거린다. 옆자리에는 빈 벼개뿐 사람은 간 곳이 없다. 들어본즉 온종일 일한 게 피곤하여 아들은 자리에 들자 고만 세상을 잊었다. 하기야 그때 아내도 옷을 벗고 한자리에 누워서 맞붙어 잤던 것이다. 그는 보 통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새침허니 드러누워서 천장만 쳐다보았다. 그런데 자다가 별안간 오줌이 마렵기에 요강을 좀 집어 달래려고 보니 뜻밖에 품안이 허룩하다. 불러 보아도 대답이 없다. 그제서는 어레짐작으로 우선 머리맡에 위해 놓았던 옷을 더듬어 보았다. 딴은 없다. 필연 잠든 틈을 타서 살며시 옷을 입고 자기의 옷이며 버선까지 들고 내뺏음이 분명하리라. “도적년!” 모자는 광솔불을 켜들고 나섰다. 벅과 잿간을 뒤졌다. 그러고 뜰 앞 수풀 속도 낱낱 이 찾아봤으나 흔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