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은 본격 미스터리와 민속적 호러를 결합시킨 독특한 작품을 내놓는 미쓰다 신조 작가의 대표작인 도조 겐야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중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만, 일주일을 씨름한 끝에 완독을 하는 과정에서 나름 정이 들었습니다.
<소감>
0. 일단 도조 겐야 시리즈의 다른 작품을 읽어 보지 않아서 단정은 못하겠지만, 최소 이 작품만큼은 호러 > 추리의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1. 557페이지라는 분량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입부가 상당히 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분에 따라선 이 부분의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시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2. 가족관계는 왜 이리 더럽게 복잡하고, (그리고 더럽습니다) '사기리'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은 왜 여섯이나 나오는지..는 이해는 가지만, TTS를 애용하는 저로서는 초반에 고생 좀 했습니다.
3. 그래도 배경 및 캐릭터 설정에 그렇게 공을 들인 덕택에, 기괴한 분위기의 연출은 성공적이었으며 캐릭터들의 롤은 매우 명확한 편입니다.
4. 여담으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읽어 보신 분이라면,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 그와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 이 서평을 쓰고 나서 조사를 좀 해보았는데 실제로 영향을 받은 것이 맞군요.
5. 다만 도조 겐야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서 그런 건지, 추리적 요소는 신선하지도 않았고 뛰어나지도 않았습니다.
6.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는 탐정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에서 일명 '탐정'역을 맡고 있는 도조 겐야가 전문적인 탐정이 아닌 작가란 직업을 가진 인물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소위 막 던진달까요? (이 중에 하나는 맞겠지) 정답에 도달하기까지 수차례 자신의 추리를 번복합니다.
→ 저 같은 경우는 그러한 이유로 처음엔 사건의 진상과 도조 겐야의 틀린 추리의 경계를 잘 구분하지 못해서 애 좀 먹었습니다.
7. 이 작품의 후속이 도조 겐야 시리즈 중 최고봉이라는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기 때문에, 이 시리즈에 대한 제 판단은 최소한 그 작품까지는 읽어본 후에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