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떠받치던 양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모스가 떨어지는 낙엽처럼 스핀하기 시작했다. 프라이니는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고글 안쪽에서 눈을 깜빡였다. 빌이 조수석 조종간으로 그녀를 저지하려 했지만, 그녀는 발뒤꿈치로 전선을 눌러 이를 무력화시켰다. 누가 봐도 비행기는 통제 불능 상태로 보였다. 그녀는 도트의 겁에 질린 얼굴이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가 마침내 비행기를 다시 끌어 올렸다. 모스는 곡선을 그리며 상승했다. 빌이 숨을 헐떡이며 욕을 내뱉었다. 비행기를 다시 정상 궤도에 놓은 뒤 프라이니는 고개를 돌려 최대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제 조종 실력이 괜찮은 것 같나요, 맥노튼 씨?" --- p.26
"빌이 범인이라면 아마 온 세상 사람을 향해 내가 했노라 당당히 선언했을 거예요. 도망가지 않고요. 아버지를 닮아 자신의 행동은 모두 옳다고 믿는 사람이니까요. 오빠와 아버지, 두 사람은 살면서 실수를 인정하거나 사과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거예요. 빌은 아버지 시체를 밟고 올라서서 이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고 외칠 위인이라고요. 그리고 누가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겠어요? 살인범이 누군지 전 모르겠지만, 빌은 아니에요. 당신이 범인을 잡지 못해도 전 상관없어요. 사실 당신이 범인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버지에겐 저마다 마땅한 이유로 당신을 싫어했던 사람이 수두룩했고, 그들 중 누구든 아버지보다는 가치 있는 사람일 테니까요. 전 아버질 혐오했고, 저와 어머니가 당한 걸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에요. 어머니 방문을 두드리다 거절당하면 절 먹잇감으로 노리기까지 했으니……." --- p.82
프라이니는 돌의 측면과 특히 피로 얼룩진 앞면을 매우 주의 깊게 살폈다.
"저 핏자국 말이에요, 가운데로 갈수록 옅어지지 않나요? 보세요. 가장자리보다 중앙에 피가 덜 묻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요, 경위님?"
"아니요, 제 눈엔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피셔 양. 이제 다 됐나요?"
"피와 뇌 조직 말고 돌에서 발견된 게 또 없나요?"
"머리카락이요, 아가씨. 토끼풀이랑 삼실 몇 가닥, 그리고 풀잎과 풍선껌도 조금 묻어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없었고요."
"그렇군요. 고마워요. 아주 흥미로웠어요."
--- 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