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스페인 어와 사회학을 공부하였습니다. 지금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상상하며 어린이책을 쓰고 있지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꿈을 키우고, 마음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게 가르침을 주셨던 이케다 선생님처럼 제가 만든 이야기가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이 되고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 《무한도전 33인의 컴퓨터 천재들》(공저), 《사막에서 만난 친구》, 《다른 일곱 같은 일곱》, 《노빈손 조선통신사의 누명을 벗겨라》 등이 있습니다.
그림 : 송효정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한국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을 공부하였습니다. 이야기마다 다른 빛깔의 그림을 그리려고 매 순간 노력하고 있어요. 엄마 어깨너머로 보고 자라, 작은 손으로 그림을 그려 내는 사랑스러운 딸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 《사과》, 《촌수 박사 달찬이》, 《UFO 옆 동네》, 《엄마 바보》, 《뻐꾸기시계의 비밀》 등이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꽃담배를 두고 한 말이 생각났다. 꽃담배의 꽃말이 ‘그대 있어 외롭지 않네.’란다. 혼자 피지 않고 여럿이 함께 피어서 그런 걸까. 큰 키에 꽃잎이 높이 달려 있는 꽃담배가 만약 꽃 한 송이만 홀로 피는 꽃이었다면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바다 한가운데 홀로 솟아 있는 섬처럼. 나의 할아버지처럼. 코끝이 다시 찡해진다. --- p.8
내가 상상 구름 놀이를 시작한 건 할아버지가 있는 작은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러니까 내가 3학년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할아버지가 살던 시골에는 탁 트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과 그 사이로 지나다니는 고깃배들, 하늘과 바다 사이를 제 세상인양 날아다니는 갈매기, 그리고 바다를 마주한 육지에는 푸른 물결을 닮은 담배밭과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연분홍 꽃담배……. 작은 마을이었지만 풍경화처럼 그림 같은 곳이었다. --- p.37
나는 할아버지가 좋았지만 아빠 편을 드는 말을 하면 귀를 막고 싶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빠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 것이 속상할 뿐이었다.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맡겨질 때마다 내가 짐짝이 되는 기분을 알까? 버릴 수는 없고 가지고 있자니 부담스러운 짐짝. 자기들이 좋아서 나를 낳아 놓고 이제 와서 바쁘다는 이유로 나를 방치하는 것이 싫었다. 자존심 상했다. 비가 그친 다음 날, 나는 아빠에게 복수하듯 볼펜을 바다에 버렸다. --- p.42
누가 할아버지 아들 아니라고 할까 봐 편지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빠트리지 않고 썼다. 그동안 아빠한테 섭섭했던 마음이 눈물로 흘러내렸다. 아빠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할아버지가 준 쪽지와 편지를 받고 나처럼 이런 마음이었을까. 아빠도 나처럼 그동안 아버지를 미워한 마음을, 섭섭했던 마음을 미안해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