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은 서로에게 호기심을 갖고, 사랑을 하고, 가족이 되기도 합니다. 함께 아이를 낳아 키우기도 하지요. 물론 헤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우정을 나누고, 동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이웃은 되지요. 정말 다른 별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차이에만 주목하다 보면 여성과 남성의 공통점은 희미해져 갑니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사람이라면 먹고, 숨쉬고, 잠들고, 사랑하고…… 참으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이처럼 여성과 남성에게는 공통점이 많을까요, 아니면 정말 남성과 여성은 반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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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옷을 통해 미국사회를 연구한 미국의 역사학자 파울레티는 색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과거의 한 잡지는 ‘파란색은 앙증맞고 분홍색은 활기차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오늘날과 같은 고정관념은 없었다.” 의류업이 발달한 1940년대부터 성별에 따른 색 분류가 시작됐는데, 그나마도 1960년대 여성운동으로 옷과 색으로 성별을 구분하려는 움직임은 약해졌다고 합니다.
--- p.45
여성과 남성의 능력 차이를 비교하지만, 성별의 차이보다는 같은 성별 안에서 차이가 더 큽니다. 여성들 사이에서, 남성들 사이에서 차이가 훨씬 더 크지요. 사실 남과 비교해서 누가 더 우월한지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열등감을 느끼고 소수의 사람에겐 자만심을 불러일으켜 정작 실력을 늘게 하진 못합니다. 하물며 성별로 누가 더 우월한지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pp.79-80
우리는 대부분 이성애에 익숙합니다. 이성애만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제 다양한 성적 지향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우리에게 다른 사람의 사랑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권리는 없습니다. 사랑에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신분과 나이, 국적 같은 구분이 의미가 있을까요?
--- p.106
성폭력은 도대체 왜 일어날까요? 일부 사람들은 남성들의 성욕은 억제할 수 없어서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남성들의 성욕은 억제할 수 없는 것일까요, 억제하지 않는 것일까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밥을 먹기 위해서 폭력을 쓰지 않습니다. 밥을 먹기 위해서 돈을 벌고, 밥하는 법을 배우지요. 성욕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위나 연애가 있습니다. 자위는 혼자서 가능하지만, 연애를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폭력은 성욕 때문이 아니라 폭력에 대한 욕구 때문에 발생합니다. 최근의 성폭력 연구자들은 ‘가해자들이 자신의 억제된 분노를 자신보다 힘이 약한 여자나 어린이에게 폭력적으로 푸는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 p.131
내 안에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정체성이 하나 이상 있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라서, 키가 작아서, 뚱뚱해서, 아파서, 나이가 어려서, 또는 나이가 많아서, 사회적 지위가 낮아서, 돈을 적게 벌어서, 공부를 못해서, 이혼해서, 학력이 짧아서, 성소수자라서 차별받을 수 있습니다.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