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여긴 또 어떻게 알았어?” 따지듯 묻는 날카로운 남자의 말에 심덕은 영문도 모른 채 놀라 눈만 끔뻑거렸다. “도대체 우릴 얼마나 더 괴롭히려고!” 차에서 내린 남자는 정말 화가 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었다. 심덕이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끼고 뒷걸음질을 치자 남자는 심덕의 앞에 성큼 더 다가왔다. “고소 취하한 게 며칠이나 됐다고 또 나타나?” “제가유?” 침을 꿀꺽 삼킨 심덕이 남자의 박력에 놀라 저도 모르게 작게 답하자 순간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남자는 그 자리에 서서 선글라스를 벗고 털모자와 목도리에 가려 눈만 빠끔 나온 심덕을 유심히 살폈다. “어? 넌 또 누구야?” 남자는 곧게 뻗은 큰 손으로 심덕의 목도리를 아래로 내렸다. 심덕을 골수 사생팬과 착각한 남자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심덕은 목도리를 잡은 남자의 손을 가볍게 툭 쳐서 털어냈다. “댁은 누군데 이래유?” 심덕은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훤칠하니 잘생긴 것이 어디서 본 것도 같았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 심덕이 기억을 더듬는 동안, 남자는 심덕의 의도를 파악했다는 듯이 피식하고 웃었다. “지금 관심 끌려고 날 모른 척하는 거야?” 남자의 목소리가 거만하게 올라갔다. 심덕은 그런 남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당신 관심은 끌어서 뭐 한다고 그런대유.” 심덕의 말에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이 크게 웃다가 정색했다. “너 컨셉 다시 잡아.” “컨셉이유?” 심덕의 순진한 얼굴에 속지 않겠다는 듯이 남자는 또다시 헛웃음을 켰다. “너 지금 ‘날 이렇게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이런 소리 들으려고 날 모른 척하나 본데 그것도 예쁜 애가 해야 먹히는 거야. 너는 꿈도 꾸지 마.” 심덕은 오만한 포즈로 저에게 툭툭 내뱉는 남자를 향해 작게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미쳐도 곱게 미치라고 했슈.” “뭐?” 심덕의 한마디에 당황한 남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만 뻐끔거렸다. 심덕은 그런 남자를 보고 혀를 쯧 차고는 다시 목도리를 고쳐 매고 한마디를 더 했다. “사람 잘못 봐서 실수했으면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거여유.” “내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 남자가 버럭 하자, 심덕은 남자를 향해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사과를 하는 게 창피한 게 아니라, 사과를 할 줄 모르는 게 창피한 거라는 거 댁은 모르쥬? 유치원 애들도 아는 걸 몰라서 어쩐대유.” 느릿느릿 훈수를 두는 심덕의 말에 남자는 더 오기가 생겼다. “그럼, 넌 정신이 곱게 박혀서 남의 집 앞에 이러고 있냐?” “내가 이러든 말든 뭔 상관이래유? 그러는 댁은 이 집에 사는 사람이라도 돼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