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몹시 추운 날이었어. 내가 맡은 일은 바로 돼지를 묻는 일이었지. 사람들은 소와 돼지들에게 퍼진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그게 최선이라고 했어. 온 마을에 우울함이 깔려 있었고,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온 하늘과 땅을 가득 채웠던 그날. 사람들도 넋이 빠져 있었던 그날. 사람들 눈을 피해 엄마 돼지가 아기 돼지를 숲 속으로 도망치라고 뒷발질을 해 댔지. 그걸 본 나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이 커다란 손으로 돼지들을 구덩이로 밀어 넣었어.” “그날 이후로 난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어. 자꾸만 천진난만하게 나를 쳐다보던 새끼 돼지와 내 자식만은 살려 달라고 간절한 눈빛을 보냈던 엄마 돼지가 떠오르는 거야. 내가 그동안 자랑스럽게 했던 일들이 과연 위대한 일이었을까? 그 생각만 하면 견딜 수 없이 괴로웠어.”
‘포’씨가 힘겹게 말을 끝내자 개개비가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포’씨, 당신은 이 여름에 가장 위대한 일을 해냈잖아요. 저기 꼬물거리는 아기들을 보세요. 모두 당신이 한 일이에요. 당신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일이라고요.”
개개비의 말에‘ 포’씨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뜨거운 여름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힘을 내자. 힘을 내서 다시 위대한‘ 포’씨가 되는 거야.”